최근 한 지자체의 발주 담당 공무원과 통화를 한 뒤 깜짝 놀랐다.

발주담당자가 도심지 건설공사 설계 시 표준품셈에 명시돼 있는 할증을 제대로 적용해 주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래도 공사 잘 하고 나가던데요?”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비록 할증이 반영돼 있지 않아 공사비가 더 들지라도 결국 건설사업자들은 입찰에 달려들어 공사를 따내고 적당히 남겨 먹고 나간다는 것으로, 수주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요즘 같은 때에 공사를 따내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지 할증을 바라고 있냐는 뜻으로 들렸다.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에서 적정 공사기간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을 만들고, 적정한 임금을 주기 위한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런 작업들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도 해석됐다.

이 발주담당자의 태도는 분명 잘못돼 보인다. 전문건설업체의 전문성인 ‘시공능력’을 ‘후려친 가격에도 알아서 잘 시공하고 문제없이 나가는 능력’으로 보고 있는 듯 했다.

‘우스갯소리로 지나가면서 한 말을 확대해석한 것일까? 이 발주담당자만 그렇게 생각한 것인데 일반화는 무리인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마도 상당수의 발주담당자들이 이같은 생각을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이같은 발주담당자들의 태도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랫동안 관습처럼 이어져 내려온 그들만의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적극적인 할증 설계를 약속하는 등 변화하고자 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이처럼 업계 의견을 반영한 발주 사례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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