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이 규정상 과로 기준에 미치지 않아도 강도 높은 노동과 불규칙한 야근 중 사망했다면 산업재해로 봐 보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사망한 대우조선해양 직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원고 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09년 대우조선해양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용접 업무를 해오다가 2016년 11월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고 열흘 뒤 사망했다.

그는 사망 직전 12주간 거의 매주 10∼40시간씩 야간 근무를 했고 주야간 교대 주기도 불규칙했다. 사망 보름 전 설사·몸살 등 바이러스 감염 증상이 있었음에도 3일 연속 매일 10시간씩 야간 근무를 했다.

1심은 A씨의 사망 원인이 된 급성 심근염은 바이러스 질환이기 때문에 A씨의 용접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며 A씨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A씨의 노동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가 정한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기준에 미달한다며 A씨가 과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고시는 과중한 업무로 볼 수 있는 노동시간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60시간’이라고 정했는데 A씨는 45시간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불규칙한 야간근무와 높은 업무 강도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당시 특별한 기저 질환이 없는 건강한 남성이었던 점에서 업무상 요인 외에 다른 사망 요인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사망 보름 전 초기 감염이 발생한 뒤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연속 야간근무를 하던 중 급성 심근염 진단을 받은 점을 ‘특기할 만한’ 점으로 꼽았다.

당시 A씨가 속한 부서가 신규 입사자들이 많아 경쟁이 심했던 점, A씨가 경력직이라는 이유로 어려운 작업을 많이 한 점 등도 A씨가 받았을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재판부는 개정된 고용노동부 고시가 ‘근무 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업무부담 가중요인으로 명시한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A씨의 노동시간이 관련 고시가 정한 ‘과중한 업무’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A씨가 ‘과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평소 주야간 교대근무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돼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초기 감염이 발생했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던 중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