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2019년 11월19일 ‘국민과의 대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2020년 1월7일 신년사)→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2020년 8월10일 수석·보좌관회의)→ “혁신적이며 다양한 주택 공급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겠다.”(2021년 1월5일 국무회의)→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2021년 1월11일 신년사)

1년하고 2달이 걸렸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사과하기까지. 1년 전 새해를 맞아 호기롭게 “결코 지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매우 송구”해 했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차다. 지난 2007년 마찬가지로 집권 5년차를 맞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년사는 어땠나 들춰봤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가계는 물론 기업 경쟁력에도 중요하다. 단번에 잡지 못하고 혼란을 드려서 죄송하다. 이번에는 반드시 잡힐 것”이라고 했었다. 문 대통령처럼 사과는 했으나, ‘투기억제’ 전쟁의 의지는 굽히지 않았다. 2006년 한 해 동안 국민은행 기준으로 전국 집값을 ‘역대 최고급’으로 올려놓았던 정부의 말이라 국민 화만 돋구었던 기억난다.

참여정부처럼 규제를 부동산 정책 기조로 삼은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전국 집값을 8.35%, 2006년 이후 최고치로 끌어올렸으니 이런 상황이나, 두 대통령의 사과 타이밍 등등이 아이러니한 데자뷔라 아니할 수 없다.

누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집값 안정을 반대하겠는가. 한 공직자는 현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선한 의도였으나, 엉뚱한 칼을 휘둘렀다”고 한탄했다.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시장의 바른 소리에 이 정권 인사들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단시간 내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와 세금폭탄을 강요했다. 단방약은 바로 효과를 낼진 몰라도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그 참담한 결과가 작년의 집값 상승률이다.

다음 달이면 문 대통령이 약속한 공급확대에 역점을 둔 방안의 실체가 드러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공급은 공공의 역량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늘 “주택공급은 충분하다”고 강변했던 전 장관과 인식이 다른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규제로 막힌 민간 주택공급의 숨통을 터주지 않은 채 아무리 공급확대를 외쳐봐야 소용없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유보 등의 전향적인 방안도 테이블 위에 올려 토론해야 한다. 양도세가 아니라도 투기 세력에 매길 징벌적 과세는 차고 넘친다. 일찌감치 주택보급률 100%를 넘긴 나라가 자가점유율은 58%에 그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다주택자 주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이를 시장에 끌어내는 게 공급확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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