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공사도급계약상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의 성격을 갖는지, ‘위약벌’의 성격을 갖는지는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단골 쟁점입니다. 위약벌로 볼 경우 수급인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면 위약금 외에는 별도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고, 액수가 부당하면 법원이 적절히 감액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위약벌’에 해당하면, 위약금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고,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감액할 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위약벌인지’는 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의사해석의 문제입니다. 다만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금을 위약벌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위약벌로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태도입니다. 계약 체결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는 명칭이나 문구 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 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성격을 함께 갖는 경우 당사자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 직권으로 위약금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음을 확인하며, 이를 심리하지 않은 원심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甲과 하도급업자인 원고가 공사대금정산합의를 하며 위약금 약정을 한 사안입니다. 甲은 원고와의 공사대금청구소송에서 조정에 응하여 분쟁의 조기종결에 협조하는 대신, 원고가 조기에 수령한 배당금 중 일부를 원고의 공사대금채권 변제에 충당하지 않고 甲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甲은 정산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원고는 甲으로부터 지급받을 채권액 전액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공사대금채권을 포기하기로 한 것은 실질적으로 그 금액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며, 이는 위약금 약정이라 보았습니다. 그리고 위약금으로 정한 금원이 원래 채무액의 20배를 초과하고, 위약금 약정경위, 甲이 해당 금원을 실제 지급받음으로써 얻었을 이익이나 이를 지급받지 못함으로써 입었을 손해 등을 고려해 위약금이 과다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약금 약정의 성격이 무엇인지, 금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지는 않은지 심리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11. 12. 선고 2017다275270 판결).

이러한 판결의 태도를 고려하면, 명시적으로 위약금, 위약벌 등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도 계약위반을 대비하여 일정금액을 배상하는 등의 합의를 할 때에는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합의하는 것이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할것입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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