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안치환이 처음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는 지금도 울림이 크다.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에 굴하지 않는 참사랑을 키우는 사람이야말로 누가 뭐라 해도 꽃보다 아름답다는 외침이다. 정확하게 공감하자면 사람의 ‘생명’이 꽃의 아름다움보다 더 소중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중대재해법)이 제정됐다. 12일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안전과 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 담당 책임자를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권고 형량 범위를 기존 징역 10월~3년6개월에서 징역 2년~5년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근로자의 생명이 소중함을 일깨우자는 것이다.

업계는 업종을 불문하고 중대재해법의 제정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법안을 처음 발의하고 제정을 주도했던 정당과 법 제정을 위해 29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던 사망 근로자 유가족들은 처벌의 강도와 범위가 약화됐다고 울분을 터트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업계나 근로자나 정치인이나 모두 사람의 생명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외침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의견의 상충지대는 달리 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울타리를 개정하지 않고 경영책임자 엄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에 초점을 두기 위해 새로운 울타리를 세웠다. 단순한 법 제정 찬반의 입장을 초월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시작한 지 보름 만에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을 제정한 기본 정신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787년 미국 13개 주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제정한 연방헌법에 삼권분리 원리를 제공한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사상가인 몽테스키외가 20여년간 집필해 1749년 환갑의 나이에 출간한 ‘법의 정신’에는 법의 본질과 법 제정의 심오한 정신이 제시돼 있다. “법은 사물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이므로 새로 만들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자연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따라서 법의 정신은 국가의 여러 사회적 관계에서 세워진 사회를 전반적으로 인식하고 유지하는 정치적 의식과 지성이라고 피력했다.

중대재해법의 초점은 안전인가, 처벌인가? 당연히 안전이 돼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안전이지 처벌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중대재해법의 제정 취지가 안전에 방점을 찍은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달리 처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보편적인 법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물론 처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안전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법적 수단일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제정하는 기본 정신은 국가와 사회와 조직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관계를 회복하려는 목적에 우선권을 둬야 한다. 그러면 중대재해법의 프레임이 달라지고 의견의 상충지대도 달라진다.

중대재해를 안전의 프레임으로 본다면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의 책임은 먼저 정부에게 부과돼야 한다. 법안의 제16조 정부의 지원과 역할이 맨 앞으로 와야 한다. 제4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보다 앞서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사건에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선장과 선박업체의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행위뿐만 아니라 국가가 무엇을 했느냐이다. 헌법 제34조 6항은 국민이 국가로부터 재해 예방과 위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법은 공동체를 세우는 근간이다. 법에 의한 처벌은 공동체의 공동선(善)을 회복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제한돼야 한다. 처벌보다 안전장치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우리나라 산재사고의 공통된 원인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안전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거나, 안전장치가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거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안전은 경영자와 실무 책임자와 실무 근로자 모두가 협동으로 지켜야 할 가치인 것이다.

2019년도에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2020명이었다. 사고로 855명, 질병으로 1165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사고 사망자의 50.1%가 건설근로자였고, 낙상 사고가 40.6%를 차지했다.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함을 방증한다. 그만큼 경영자와 현장 관리자와 근로자의 공통된 안전 의식의 제고가 절실하다.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생명’이 처벌로 보상받을 수는 없다. 사전에 안전하게 지켜져야 한다. /명지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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