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획기적’, ‘과감한’, ‘창의적’ 등의 수식어를 써가며 주택의 파격 공급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기존의 수요억제 중심의 주택 정책을 거둬들이고 ‘닥치고 공급’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이 공급을 강조한 것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이다. 이달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혁신적인 주택공급 방안’을 내놓을 것을 강조했고, 11일 신년사에서도 ‘신속한 주택공급 방안’을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주택공급을 강조한 것은 급등한 집값과 전셋값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부동산 민심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집값 급등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증가로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모두 불만이 큰 상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치솟는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대부분 대책이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 중심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나오는 대책마다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한 수준의 대책이었다. 정부 대책이 나온 이후에 어김없이 곳곳에서 풍선효과를 보이며 집값이 오른 이유이다. 정부 부동산대책이 집값·전셋값을 잡은 것이 아니라 ‘버블(거품)의 전국화’에 일조한 것이다. 확실한 주택공급 대책 없이 ‘규제’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인식이 빚은 결과이다.

올해도 정부가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국민 주거복지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미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원(11월 10억2767만원)을 넘어서는 등 젊은 세대가 ‘영끌’을 해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경우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부동산 민심이 폭발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질 좋은 주택에 전세라도 살고 싶은 무주택자와 젊은 층을 위해 ‘닥치고 공급’에 총력전을 펴야 한다.

정부가 설(2월12일) 이전에 내놓겠다고 밝힌 새해 첫 부동산 대책에는 과감하고 신속한 공급대책이 담겨야 한다. 기존에 나왔던 노후주택지구 공공재개발은 당장 시작해도 입주까지 최소 6~7년이 걸린다. 올해 시작해도 2028년에나 입주할 수 있는 셈이다. 재건축 인센티브나 용적률 상향도 공공임대 등의 조건을 붙이는 순간 받아들일 조합이 많지 않다. 조건 없는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의 주택 조기 공급을 유도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공공용지 개발과 재개발·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한시적이라도 주거시설 양도소득세 파격 인하(2019년 기준 전국 다주택자 223만여 명의 매물 유도), 역세권 고밀도 개발에 패스트 트랙 적용 등이 제시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무주택자에게 와 닿는 주택 공급방안이 나와야 20~30대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과 ‘영끌 주택 매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주택 정책을 수요억제에서 공급중심으로 전환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도 ‘좋은 임대주택 공급’ 기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주택 시장 안정은 희망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주택 국민이 원하는 것은 ‘살 만한 임대주택’이 아닌 ‘내 집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첫 부동산 대책에서 공급자의 임대주택이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분양주택 공급에 확실한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장기적인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질 좋은 주택의 꾸준한 공급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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