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환경분쟁의 경우 재산상 손해를 특정하기 어려운 때가 많습니다. 예컨대 토양오염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가 안전한지, 자연경관의 경우 애초에 재산상 가치를 얼마로 산정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기준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같이 손해액 산정이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까울 경우 재산상 손해와 함께 정신상 손해(위자료)를 일괄해 청구하는 방식의 대안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일괄청구’ 또는 ‘포괄청구’라고 합니다(일본의 이따이이따이병 사건에서 원고 대리인이 처음으로 설계한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해액 입증에 대한 부담이 줄고 이로써 소송촉진과 피해자 구제가 용이해진다는 점에서 ‘일괄청구’를 활용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으나, 우리 법원이 이러한 ‘일괄청구’를 받아들인 것인지 여부는 현재로서 명확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더 많습니다.

다만, 서울고등법원 판결 중에는 “손해의 수액을 살피건대, 원고는 위와 같은 일조침해등으로 인하여 우선 원고소유의 위 대지 및 가옥의 1982. 5. 19. 현재 싯가가 금 6,748,000원정도 하락하여 그 금액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감정결과에 의하면 원고소유 부동산의 싯가가 원고주장과 같이 하락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가격하락 사실만으로써 곧 원고에게 위 금액상당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당국의 준공검사를 받지 못한 위 교회건물에 대하여는 그 위법부분에 대한 방해배제를 구할 수 있고 행정당국에 의한 철거의 여지도 있어 손해가 있어도 잠정적일 수 밖에 없으며 원고가 위 부동산을 타에 처분하지 아니한 채 계속 거주하고 있어 현실화 되었다고도 할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하며, 다만 아래의 위자료 산정에서 이를 참작하기로 하겠다. 위에 본 피침해이익의 내용, 원ㆍ피고 대지의 지역적 사정, 침해의 정도 및 현황, 피해회피의 가능성, 피고측의 손익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면 그 위자료는 금 2,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라고 하여 ‘일괄청구’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이는 예도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1983. 11. 17. 선고 83나1174 판결).

한편, 원고 각자가 일정액을 일률적으로 청구하거나 원고들을 피해율의 정도에 따라 몇 개의 부류로 구별하여 동일 부류에 속한 원고들이 일정한 금액을 일률적으로 청구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특정하기도 하는데, 이를 ‘일률청구’라고 합니다. 우리 법원은 정신상 손해(위자료)를 특정하는 데 있어서는 일응 ‘일률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나, 재산상 손해를 특정하는 데까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괄청구’와 ‘일률청구’에 관한 논의는 모두 환경분쟁의 특성상 재산상 손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다만 두 가지 방식 모두 아직 우리 법원이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로 인해 실무상 환경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시 재산상 손해의 배상까지 청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부분은 정신상 손해의 배상(위자료)만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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