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칼럼] 주거복지의 첩경은 집값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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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칼럼] 주거복지의 첩경은 집값 안정
  • 김순환 문화일보 기자
  • 승인 2021.03.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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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말 기준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이 8억원(평균 매매가 8억975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 매매 가격이라고 한다. 2월 수도권 아파트 중위 전셋값도 4억738만원으로 처음 4억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2·4주택 종합 대책에 이어 최근 광명·시흥신도시 7만 가구 공급을 발표했음에도 수도권 집값과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시장 고공행진이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마디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지 않은 것이 집값 상승의 이유다. 올해 들어 정부가 파격적인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아도 집값이 오르는 것은 원하는 지역에 주택이 조기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장이 알기 때문이다. 주택공급 프로세스상 아무리 빨라도 5년이 걸린다는 것을 부동산 시장이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집값과 전셋값을 잡을 ‘뾰족 수’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전문가들도 정부 대책과 관계없이 ‘부동산 시장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 올해도 주택시장을 부추길 호재는 쌓여 있다. 천문학적인 토지보상금과 젊은 층의 ‘영끌 주택 구매’, 외지인의 주택투자 등은 집값 급등의 뇌관들이다. 토지보상금은 신도시 등 개발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보상해 줘서 나오는 자금이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총 보상금 중 40% 내외의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토 보상제 확대와 다양한 리츠(부동산투자신탁)의 개발·운용이 시급한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스물다섯 번이 넘는 현란한 부동산 정책으로 수조 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공시지가 상향과 집값 급등으로 10조원이 넘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걷었다. 지난해 양도세는 23조6558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5547억원이나 늘었고, 종부세는 9293억원 증가한 3조6006억원이 걷혔다. 부동산 상속·증여세도 10조3753억원이 걷히면서 전년 대비 2조462억원이나 늘었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길은 가물가물해지고, 전셋값 폭등으로 전세 난민을 대거 유발했는데 정부는 가외의 부동산 세금을 징수한 셈이다. 수요에 호응한 주택공급이 아닌 수요를 억제한 규제 중심의 주택 정책이 빚은 예정된 결과다.

주택 관련 세금은 대부분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부가가치 창출에 명확한 한계가 있는 주택의 관련 세금은 그래서 가장 안 좋은 세금 중 하나다. 유·무주택자를 가리지 않고, 주택세금을 국가에 낸 만큼 당사자의 주거복지가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주택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이 국민 주거복지의 길인 셈이다.

지난 4년간의 부동산 정책 성패에 대한 얘기는 벌써 나오고 있다. 정치적으로 성공(세수확대, 유·무주택자 갈라치기)했지만 주거복지 차원에서는 실패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 집값 급등으로 국민 주거복지 향상에 역행한 것은 사실이다. 집값 안정을 통한 국민 주거권 확보보다 국민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부동산 세금)만 늘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집값 상승과 주택공급 부족 불안 심리를 꺾는 등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이 나와야 할 이유다. 단기적으로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적극 유도하는 정책을 내놓고, 공공용지 패스트 트랙 적용을 통한 주택 조기공급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서울 수도권 중심의 인프라를 지역 해양 중심으로 분산해야 한다.

정책당국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의 길은 가장 먼저 집값 안정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새겼으면 한다.

[김순환 문화일보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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