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경 예산안이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됐다.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빠른 경영정상화와 회복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코로나 장기화에 전통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는 반면 벤처기업은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는 역대 최대치인 4조3000억원을 기록했으며 혁신 벤처기업이 총 72만4000명의 일자리를 책임지는 등 성과를 보였다. 제2의 벤처 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특히 고용환경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의 신규 일자리 창출 역할이 두드러졌다. 2020년 한 해 동안 벤처기업은 약 5만3000명, 벤처투자 받은 기업은 약 1만3000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 중 약 35% 이상은 만 30세 미만 청년이었고 약 43% 이상은 여성이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 성장을 더욱 가속화시키기 위해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도입, 실리콘밸리식 벤처 금융제도 추진, K-유니콘 프로젝트,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조성 등과 같은 혁신 벤처 생태계 기반을 다지는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벤처생태계를 논의할 때 함께 고민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기존 산업의 영역과 기존 일자리이다.

최근 오프라인 시장의 플랫폼·디지털화 과정에서 혁신과 기존 산업의 갈등이 지속돼 신산업 규제혁신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운수, 숙박, 의료산업 등 인·허가 중심의 사업은 혁신과 전통산업과의 충돌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승차공유, 숙박공유, 바이오·의료, 리걸테크, 온라인 주류판매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갈등구도가 대기업 대 골목상권이였다면 오늘날은 혁신 스타트업 대 자영업의 갈등으로 변모하고 있다. 신산업과 구산업 간의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체계는 미흡하다. 벤처기업의 성장과 함께 경제 전반에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커니즘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벤처기업의 성장은 기존 산업과의 갈등뿐 아니라 기존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는 측면이 있다. 비대면 벤처기업의 성장으로 무인점포, 스마트오더, 스마트 피팅, 스마트 미러 등의 기술 혁신이 소상공인에게도 공급되고 있다.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나 고용이 감소하는 부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벤처기업의 성장과 기업의 디지털화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 스킬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경향이 강하고, 일자리의 상당수는 자동화에 의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저숙련, 저임금 근로자의 반복업무는 자동화로 인한 위험이 가장 높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제는 비정규직과 같은 질 낮은 일자리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OECD는 디지털화로 인해 향후 10년 내에 기존 일자리 중 14%는 자동화로 대체되고 32%는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제 벤처생태계라는 담론에는 벤처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기존 산업 및 기존 일자리와의 상생과 협력, 공존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이 주도할 대전환을 어떠한 전략과 방식으로 추진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장돼야 할 시점이다. 성장과 보호, 혁신과 일자리 창출 간의 갈등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범부처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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