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법원서 힘 못쓰는 ‘3배수 손해배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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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법원서 힘 못쓰는 ‘3배수 손해배상제’
  • 황보윤 변호사
  • 승인 2021.03.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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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올 들어 하도급업체 보호 강화를 위해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하도급 갑질을 일삼는 원도급업체에 대해 과징금을 최대 1.5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금이 부당 감액된 경우 하도급업체가 부당 감액된 대금 지급을 원도급업체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 등 8개 업종의 표준하도급계약서 제·개정안을 마련했다. 모두 하도급거래에 있어 불공정한 행위를 예방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뜻과는 달리 건설현장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하도급법 제정 이래 오랜 기간이 흐르면서 공정위의 조사 방식이나 처리결과에 대한 학습효과에 따라, 상당수의 원도급사들은 공정위를 두려워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전체 하도급법 위반사건 중에 과징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들 원도급업체가 대금 미지급 등으로 누리는 이익이 큰 경우가 많아 현실에서 과징금부과기준 강화가 얼마나 하도급법 위반 억지에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계약서를 제·개정해 현장에 제시한들 특약으로 피해가고 특약은 날로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

물론 공정위가 하도급업체 보호에 관심이 없거나 등한시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급거래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간의 거래다. 당사자 간의 이윤추구 과정에서 생기는 분쟁을 행정력으로 규제한다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적 분쟁을 본질로 하는 사안에는 피해자(하도급업체)의 사적 구제방안으로 대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사적 구제방안으로 대표적인 것이 손해배상제도이다. 손해배상제도는 민법에 규정돼 있으나 하도급법은 사적 구제방안의 강화를 위해 3배수 손해배상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2011년 당시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생경한 3배수 손해배상제를 하도급업체 보호라는 명분으로 하도급법에 규정했다. 하도급법은 공정거래법상의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상 지위남용’ 행위를 따로 떼어내 단행법으로 제정한 특별법이다. 미국의 공정거래법 중 하나인 클레이튼법에 3배수 손해배상이 규정돼 있는 것에 착안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는 불법행위법을 단순히 피해자의 손해배상에만 국한하지 않고 개인적 손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배할 것이며 특정한 행위에 책임을 부과해 그 행위를 억제한다는 공법적 목적과 관련돼 발전해 왔다. 하도급법에 3배수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게 된 것도 우리나라에 워낙 만연해 있는 원도급업체의 갑질 횡포에 기존 행정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기존의 손해배상제도에 공법적 목적을 가미해 제도화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3배수 손해배상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는 점이다. 2020년 8월 기준으로 이 3배수 손해배상 청구는 총 16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용된 건은 1건이고 그것도 1.5배 배상에 그쳤다. 이처럼 사문화된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원인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책임주의’, ‘실손배상원칙’, ‘사법과 공법의 엄격한 분리’를 대원칙으로 하는 대륙법체계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원칙들을 비교적 잘 견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원이 하도급사건이라 해서 쉽사리 이 3배수 손해배상을 명할 리가 없고 앞으로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하도급법에서는 제35조 제3항에서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등 7가지 사항을 고려해 하도급업체에게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법원에 3배 이하라는 재량을 부여하고 있다. 배상액을 정할 때 비록 하도급법에서 7가지 사항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륙법체계 하에서 법률과 법리를 공부하고 이를 재판에 적용하는 판사들에게 재량권이 부여돼 있는 한 이들의 사고와 인식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방법은 법률을 개정해서라도 법원이 3배수 손해배상을 강제로 명하게 해야 한다. 강제로 명하게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우선 2배수를 명하게 한 다음, 원도급업체의 역피해현상,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국민적 감수능력, 하도급법 위반사례의 감소 정도 등을 살펴본 후 3배수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니면, 다른 대안으로 1배수 손해배상을 원칙으로 하고, 사안이 악의적이고 반사회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2배수, 악의적이고 반사회성이 중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3배수로 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본다. /종합법률사무소 공정 대표변호사

[황보윤 변호사] hby12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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