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능직은 대표적인 남성 집중 직종인데 최근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여성 건설근로자들은 남성들이 주도하는 작업장에서 일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에 노출돼 있고 성차별적인 근로환경에서 힘겹게 일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는 2020년에 500여 명의 건설기능직 여성근로자가 참여한 설문조사와 남녀 건설근로자, 건설업 교육담당자 등이 참여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정책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건설기능인을 양성하고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훈련을 확대해야 한다. 건설현장에 취업한 동기를 묻는 질문에 여성 건설근로자의 60%는 ‘생계유지를 위해서’, ‘임금이 높아서’라고 응답했다. 면접에 참여한 여성들은 건설기능인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또한 숙련수준이 높은 여성 타워크레인 기사, 여성 형틀목공 기사들로부터 기능을 배우고 싶다는 요구도 있었다.

둘째, 성차별적 고용관행 개선 및 성희롱 예방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8조(임금) 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차별임금을 받지 않도록 동일근로 동일임금 규정이 준수돼야 할 것이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산업안전보건교육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건설근로자가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성희롱, 성폭력 예방 및 신고방법, 구제절차 등과 관련된 홍보물을 게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셋째, 성별을 고려한 편의시설 및 안전보호장비가 제공돼야 한다. 건설현장의 여성 편의시설 보유현황을 조사한 결과,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있는 여자 화장실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1.8%에 불과했다. 건설현장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근로하는 경우에 남녀를 구분해 휴게실을 설치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근거 규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4조에 편의시설 설치 시 성별을 고려한 편의시설 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 면접조사에서는 남성 신체 기준에 맞는 안전화가 지급돼 발 크기가 작은 여성들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들이 건설기능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적인 안전보호장비가 개선돼야 할 것이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건설업을 포함해 여성근로자의 비율이 25% 미만인 직종에 여성이 진출할 수 있도록 ‘견습직과 비전통적 직업 내 여성을 위한 법(WANTO)’을 제정해 실행하고 있다. 남녀가 함께 직장에서 일하고 남녀가 함께 육아와 가사를 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됐다. 여성들도 크게 변해서 남성들만이 일할 수 있다고 했던 직업과 직무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은 아직도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소극적인 편이다.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가 바뀌면서 육체적인 힘보다는 기계를 잘 다루고 꼼꼼하게 일을 하는 기능인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여성 건설근로자들이 성장하고 성평등한 환경에서 남성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