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서 리그닌 성분 제거해 압전효과 이용, 생체센서로도 활용 가능

나무가 단순한 건축 자재를 넘어 전기를 생성하는 소형 발전기로 변모했다.

힘을 가했을 때 전기를 일으키는 ‘압전효과’(piezoelectric effect)를 나무에도 적용한 것인데, 생체 센서나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마룻바닥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ETH 취리히)와 연방 재료과학·기술실험실(EMPA)에 따르면 ETH 취리히의 잉고 버거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목질부에서 ‘리그닌’(lignin) 성분을 제거하고 스펀지처럼 탄성을 높여 전기를 일으키는 ‘압전 나노 발전기’를 개발해 발표했다.

리그닌은 나무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3가지 기본 물질 중 하나로 나무를 단단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물체의 탄성 변형을 통해 전기를 일으키는 압전효과를 이용하려면 단단한 목질부에서 이 리그닌 성분을 제거해야 하는데, 연구팀은 과산화수소수와 아세트산을 혼합한 용액에 나무를 담가 리그닌 성분을 용해했다.

리그닌이 사라진 나무는 다층의 얇은 셀룰로스층만 남아 쉽게 압축됐다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스펀지 같은 탄성을 갖췄다.

연구팀은 리그닌을 제거한 목재로 한 면의 길이가 1.5㎝인 정육면체 실험체를 만들어 압력을 가한 결과, 생체센서로 활용하는데 충분한 약 0.63V의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압전효과가 큰 대표적인 소재는 ‘지르콘 타이타늄산 납’(PZT)이 꼽히지만 인체에 유해한 납을 포함하고 있어 생체센서로는 활용할 수 없다.

연구팀은 정육면체 실험체 30개를 연결해 성인 1명에 해당하는 압력을 가한 실험에서도 LCD 1개를 밝힐 수 있는 전기를 얻어, 사람이 걸어갈 때의 압력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마룻바닥이 가능하다고 제시됐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화학약품을 이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목재의 리그닌을 제거하는 방법까지 찾아냈다.

연구팀은 목질을 백색으로 부패시키는 백색부후(腐朽) 곰팡이인 ‘잔나비불로초’(Ganoderma applanatum)가 리그닌과 헤미셀룰로스를 분해해 친환경적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압전’ 나무를 생체센서나 발전 마룻바닥으로 실용화하는 데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간단하면서도 재생 가능하며, 생분해가 가능한 시스템으로서 장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기술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미 잠재적 파트너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와 미국화학학회(ACS) 학술지 ‘ACS Nano’에 각각 발표됐다. /연합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