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든 정부들의 공통된 바람 중 하나, 바로 망국병이라 일컫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었다. 그러나 ‘안정’에 성공한 정부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정부도 그동안 스무 차례 이상(너무 많아 세어 보다가 포기했다.) 부동산 시장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 주택시장이 안정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바로 직전에 내놓은 3기 신도시 대책이 국민의 공분을 사는 투기 사건으로 이슈화되면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안중에도 없고, 사회적 지도층과 공기업의 비리에 이를 갈고 있다.

그동안 나온 부동산 시장 대책 내용 자체만을 살펴보면 크게 흠잡을 곳은 없다. 모든 대책들이 일관되게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인가는 잘못되었기에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잘못된 부분이 무엇일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 유동성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사상 초유의 불황과 사상 최저 금리 시대에서 갈 곳 없는 자금이 몰릴 곳은 뻔하다. 바로 자산시장이다. 만약 경제주체 간 모든 거래와 모든 자금 흐름과 모든 지하경제를 정부가 일일이 간섭할 수 있다면 부동산 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을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산주의 계획경제에서도 불가능했던 일이다.

둘째, 좋게 말해서 부동산 투자자(투기꾼)들의 능력을 간과했다. 시장에서 이익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아무리 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에 들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건국 이래로 나온 정부의 수많은 부동산 시장 대책을 우회할 수 있는 모범 답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변형된 것은 있지만 새로운 것은 없다. 부동산 투자자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

셋째, 추측이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대한 생각들이 달랐다. 안정화의 대상은 분명 부동산 가격일 것이다. 그러나 가격 안정화의 수준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인지, 더 안 오르게 하는 것인지, 조금씩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고 본다. 무주택자는 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랄 것이고, 유주택자는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국민의 반은 싫어한다. 그래서 정책입안자의 관점에서는 무작정 가격을 떨어뜨릴 수가 없다. 그러니 정책의 목표는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넷째, 투자자들의 퇴로가 없었다. 많이들 지적하는 부분인데, 보유세도 높이고 양도세도 높였지만, 지금으로서는 대부분 지역에서 양도세에 대한 부담이 훨씬 크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할 행동은 보유세를 부담하면서 버티는 방법밖에는 없다. 일부 급매물을 제외하고 거래는 끊겨 있다. 정부가 바라는 그림은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면서 아주 완만하게 가격이 하락하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거리가 멀다. 나아가 어찌어찌해서 시장을 잡았다 한들, 그것이 영원한 안정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버티고 있는 투자자들은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을 믿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생각되지만, 책상 앞에서 시장을 이기려고 했다는 것이 큰 패착이지 않을까 한다. 그 어떤 시장에서도 정부가 이길 확률은 낮다. 그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실에 발을 딛고 생각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세상은 절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고, 그래서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정책은 시장을 움직이지 못한다.

한국 사회가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방법은 많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박아 놓고 국가가 관리하는 방법도 있고, 그것이 싫다면 기준금리를 올려도 된다. 아마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얻는 것보다 잃어야 하는 것이 많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얻는 대신 경제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현안은 아니다. 나아가 시장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려 하지 말았으면 한다. 투자자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가격이 오르는 곳은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나온 수많은 규제에도 오르면 할 수 없지 않은가? 단순히 특정 지역의 집값이 너무 올라,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는 데에 정책의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 시장의 불합리와 부조리에 지나치게 시선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집 없는 서민들과 사회초년생들에 대한 주거 안정에만 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부 부동산 시장 정책의 목표는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택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면 족하다.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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