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발 공공·정의에 대한 배신감, 불신의 쓰나미가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에도 밀어닥칠까 우려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향후 전개될 SOC 사업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당장은 정부가 ‘공급쇼크’라는 표현까지 쓰며 야심차게 내놓은 ‘2.4 주택공급 대책’이 좌초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이 점을 의식해 ‘2.4 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을 거듭 강조했지만 3기 신도시 지정 철회 요구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다.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외에도 한국도로공사 직원의 설계도면 활용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 토지 매입사례가 나왔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남부 내륙철도, 서울 서부선 등 신규 철도건설과 관련한 이른바 역세권 대상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일부에서는 신공항건설 특별법이 통과된 가덕도 전체 사유지 79%가 외지인 소유이며, 이 일대 대규모 땅을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가덕도 투기 조사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신도시나 신공항, 철도, 고속도로 등 모든 SOC 사업이 원활하게 수행되려면 현지 주민들의 협조가 필수다. 공공개발 자체나 토지매도를 반대하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흠잡을 데 없는 공공개발 사업조차도 추진과정에 돌발악재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인데 시작도 안 한 대규모 사업은 말할 것도 없다. 민생에 가장 민감한 문제인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지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그동안 ‘토건족’이란 식의 SOC 홀대 기조가 바뀌면서 건설업도 활력을 되찾나 싶었는데 이번엔 국민의 믿음을 저버리는 사고가 터졌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격이다. 여기서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문제다.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그러면서도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방지할 수 있는 공공주택은 이상적 정책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 돼버렸다. 문제는 불신 해소가 관건인데 지금의 조사·수사 방식을 국민이 과연 수긍하겠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은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공공 범죄에 관한 것이다. 여러 부동산 투기 유형 중에서도 가장 악성이다. 개발 정책을 정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땅 투기를 해 먹으면 막 가자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기 전에 당장 벌어진 사건부터 정밀 타격할 필요가 있다. 즉, LH 직원의 내부정보 이용 땅 투기를 비롯한 공공 부동산 범죄만이라도 발본색원하는 것이 먼저다. 

권력은 배이고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신뢰에 금이 가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면 무슨 약발이 먹히겠는가. 흔한 말로, 신뢰 회복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한편으로, 예정된 SOC 사업들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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