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울렸던 종소리는 두 종류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끝을 알리는 종소리다. 듣기 싫은 시작 종소리와 듣기 좋은 끝 종소리는 분명 같은 종에서 나오는 소리지만 느낌은 정반대였다. 종소리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리 들리는 것은 마음가짐 차이다. 2020년 3월11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19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선언했다. 이때 선언은 분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사람이 궁금해 한다.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알리는 종소리를 언제 들을 수 있는지 마냥 기다린다.

1년 전 코로나 팬데믹 선언은 지구촌에 대변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0년전 동일본 대지진도 3월11일에 일어났다. 동일본 대지진은 과학기술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종소리였다. 필자가 수시로 관여하는 국제핵융합시험로 건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지진이 25조원 이상이 투자되는 사업의 공기를 5년 이상 지연시켰다. 건설은 물론 최첨단 기기 제작 설계의 기준을 모조리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팬데믹 종식 종소리가 언제 울릴지는 아무도 예측 못한다. 언제 종을 쳐야 할지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무리일까?

세계적 컨설팅기관 딜로이트가 최근 흥미를 끄는 심층보고서를 발간했다. 2021년 인적자본의 추세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파괴된 세계 질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기업과 사람을 두 그룹으로 구분했다. 종식 종소리를 기다리는 그룹과 종을 치기 위해 망치를 드는 그룹으로 분류했다. 보고서에서는 당연히 망치를 들고 종을 칠 준비하는 그룹이 생존을 넘어 도약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 단언한다. 기다리는 그룹은 수명 연장을 위해 몸을 움츠린다. 누군가 종을 치기를 기다리는 것은 생존과 성장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망치를 든 그룹을 위한 조언을 내놓았다. 사람의 가치와 중요성을 재인식하라는 주문이다. 급여를 지급하는 보상에서 직원의 웰빙 혁신 중심으로 가라 주문했다. 코로나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시대를 종식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직원의 전문기술 고도화 전략보다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깨우는데 집중하라 조언한다. 변화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 일을 재설계하고 직원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 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영진과 직원 간 기대 차이를 분석했다. 경영진은 고객에 대한 환경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는 반면 직원은 일의 품질 향상을 우선시 한다. 경영진은 원가절감을 중시하는 반면 직원은 웰빙을 중시한다. 경영진과 직원 사이 일치하는 기대도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일 수행방식에 대한 기대는 일치했다.

종소리를 기다리기보다 망치를 들라는 주문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미국 MIT대학이 운영하는 경영자교육과정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과목을 통해 세계 최강국 기업 경영진이 어떤 망치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금년 1월 MIT가 경영진의 인기를 끄는 과목을 평가했다. AI와 디지털 관련 인기 교과목에 포함돼 있다. 리더십과 경제, 새로운 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혁신전략과 조직 설계, 그리고 협상과 사회적 영향력을 주도하는 기술 등이 인기를 끄는 과목에 포함돼 있다. 딜로이트 보고서와 MIT 경영자 교육과정에 공통점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도 시장과 일, 그리고 사람이 팬데믹 이전 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과 기술의 환경 급변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과 직무를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략과 경영,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두 기관의 목소리를 접하면서 깨닫는 점은 종소리를 기다리기보다 망치를 드는 기업과 개인이 생존을 넘어 성장한다는 것이다. 두 기관의 보고서 및 평가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사람’이다. 위기는 반드시 끝난다.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동반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 진리다. 위기 뒤 기회는 선점 여부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된다. 움츠리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회는 타인이 주지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반면 올 기회를 준비하는 기업과 개인은 승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당연하게 보상은 과거보다 더 큰 성장의 길로 들어선다. 움츠린 기업과 개인의 몫까지 차지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양극화 현상은 과거보다 더 심해질 것이 확실하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지은 책, ‘세계는 평평하다’는 더 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는 기울어진 저울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종을 치기 위해 망치를 든 기업과 개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종이 언제 울릴 것인지 기다리지 말고 종을 먼저 울리는 기업과 개인이 되라 주문하고 싶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보다 길러진 영재가 훨씬 많다는 사실에 답이 있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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