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일 점심 무렵에 서울 중구 황학동을 거닐다 출출해서 인근 유명한 곱창집을 들렀다. 앞 좌석에는 3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밥을 먹으면서 건설공사 현장 실태를 신랄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워낙 큰소리로 떠드는 바람에 우연히 그들의 대화를 다 듣고 말았다.

대략 30대 후반쯤으로 보였을까? 자신 있는 모습과 말투로 보아하니 경력이 제법 된 듯한 건설근로자들이었다. 식사하는 내내 귀에 익은 말들이 쏟아졌다.

요지는 그랬다. 설계·시공 등 분야별 1등 기업 몇몇을 빼고는 현장 관리나 근로자 처우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이어서 안전관리 문제, 함바집, 안전장구 구입 얘기가 오가더니 “건설현장은 아직 멀었다”고 하는 한 근로자의 푸념이 들린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한 사람이 하소연하듯 얘기한다. “‘어이’ ‘어이’라는 말 좀 안하면 좋겠어. ‘여러분’이라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근로자 출입명부가 있음에도 성씨나 이름을 특정해 부르지 않고, 여럿이 모인 현장에서나 안전관리교육장에서도, 그리고 식당 안에서도 여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어이!’란다.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어이’란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을 부를 때 하는 말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고 돼 있다. 물론 나쁜 의도는 아니겠지만 현장 근로자들은 꽤나 듣기 거북할 것 같다. 직위나 나이를 불문하고 아무 때나 불러대니 말이다.

기자는 연초에 건설현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면에 언급한 적이 있었다. 현장에서의 호칭부터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식의 변화가 쉽지 않은 걸 알지만 이런 관행부터 고쳐지지 않는 한 우리 건설현장의 이미지 제고는 요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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