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에 이미 엑체수소를 연료로 하는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수소에너지 분야에서 잠재력을 지닌 러시아와 적극적인 수소경제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코트라(KOTRA)는 12일 ‘러시아 수소경제 동향 및 한국과의 협력방안’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최근 수소경제 추진 현황 및 유력 협력 파트너, 우리나라와의 협업 방안 등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소경제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보유량, 이미 보유한 가스 운송 인프라, LNG 산업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블루수소 개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2030년까지 국제 수소 에너지 시장의 15% 점유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1980년대 후반 액체수소를 연료로 하는 궤도선 ‘부란’을 개발해 우주발사에 성공하는 등 우주산업을 통해 수소에너지 개발에 앞장선 국가다.

부란의 우주탐험은 비록 한 차례에 그쳤지만 개발 과정에서 러시아는 기체를 액화시키는 기술과 밀접한 극저온공학이 발달했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협력해 발사한 나로호(KSLV-1)도 러시아의 액화수소 엔진이 적용된 사례다.

소련의 해체 이후 러시아의 우주개발 연구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수소에너지 개발도 침체됐지만 천연가스 같은 풍부한 수소생산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등 잠재력을 지닌 국가라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에너지 수출대국인 러시아도 최근 관심을 갖고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2035년 러시아 에너지 발전 전략’에는 ‘러시아 수소 에너지 개발 로드맵’이 포함됐다.

로드맵을 통해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가스 및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2024년까지 글로벌 수소 공급국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4년 수소 20만t 수출을 시작으로 수출 규모를 2035년까지 200만t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러시아 원자력 공기업인 로스아톰은 사할린 가스전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로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블루수소 생산에 필요한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사할린 지역에 수소 클러스터를 구축해 수출기지로 만들 계획이다.

러시아는 또 일본, 독일 등과 수소 공급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로스아톰은 일본 경제산업성과 수소 수출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이미 체결한 바 있다. 일본은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호주와의 협력을 경험 삼아 2024년 러시아산 수소 초도 물량을 수입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인 가즈프롬은 건설 중인 러시아·독일 간 파이프라인 ‘노드 스트림-2’(Nord Stream 2)가 독일 및 기타 유럽으로 수소를 공급하는 매력적인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에 최대 70%까지 수소를 혼합해 수송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수소자동차, 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산업과 LNG 수송 분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수소 공급능력은 제한적이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부족해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블루·그린수소 공급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는 막대한 수소 생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주개발 과정에서 극저온 공학 등 수소 저장, 운송 등에서 상당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막대한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수소 활용 분야에서는 연구개발이 활발하지 못하며 축적된 기초과학기술을 수소경제로 연결시키는 상용화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글로벌 수소경제에서 한·러 양국의 협력 확대 방안으로 △러시아산 저렴한 수소 도입 △수소 저장·운송 분야 기술협력 △글로벌 수소 시장으로의 한·러 공동 진출 등을 제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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