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업계에서 ‘발등의 불’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일 것이다. 이 법이 1월26일 공포됐는데 공포 1년 후 시행이므로 법 적용까지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건설업계에서 이 법의 파장은 엄청나다.

각각의 건설업체가 보유한 현장이 수십, 수백 개에 달하고 여기에 투입되는 근로자만 해도 하루에 수천, 수만 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사고의 위험성은 언제나 있다. 일각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1번 타깃’은 건설업계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법이 워낙 포괄적이고 처벌강도 또한 높다 보니 기업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아우성이다. 건설업계는 지난달 31일 한자리에 모여 정부에 보완책 마련을 촉구하는 긴급 간담회까지 열었다.

여기서 제시된 몇 가지 주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처벌 대상인 책임자 범위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제외해 달라는 주장이 많았다. 현장의 직접 책임자가 아닌 CEO를 1년 이상 징역이라는 중벌로 다스리면 건설업체를 맡으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는 얘기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CEO가 안전조치를 태만히 하는 등 고의성이 있다면 형법 등 다른 법률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다음으로는 1년 이상 징역으로 명기한 ‘하한형’을 ‘상한형’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과실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의범 등에 적용하는 하한형의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중대재해의 개념을 ‘동시에 3명 이상 사망자가 1년 내 반복 발생한 경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엔 ‘1명 이상 사망’에 대해 1년 이상 징역이라는 처벌을 두고 있다. 그런데 비슷한 성격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1명 이상 사망에 대해 7년 이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이 강하므로 요건도 더 엄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주장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현장의 첫 번째 화두는 ‘안전’인 만큼 강력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벌써 부작용(?)은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최근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 등의 직책을 신설 중이다. 대표이사를 대신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총알받이’를 만들기 위한 거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강력한 처벌은 그것을 피해가려는 반작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체계와 내용이 매우 엉성하고 과도하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안전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제시하는 대신, ‘대표이사를 처벌할 테니 알아서 잘하라’는 식으로 구성됐다는 얘기도 있다. 건설현장에서 나타날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완입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안은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안전관리 투입비용이 전체 공사비의 2%에 불과한데, 의무 비율을 만들어 이를 높이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의 국가인증제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기업이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에 중대재해예방 업무를 위탁하고 전문기관의 지도·조언, 개선요구사항 등을 모두 이행한 경우, 사고 발생 시 정상을 참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처벌 만능주의’로는 중대재해를 줄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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