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은 최근 ‘미국 일자리 계획’을 발표하면서 2조20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인프라 투자, 인력개발, 미래기술 연구개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의 정책이 포함돼 있지만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두드러져 보인다. 중소기업의 신용, 벤처캐피털, R&D에 대한 자금 접근성을 제고하고 지역중소기업 대상의 ‘제조업확장파트너쉽’을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일본의 경우 매출액이 코로나19 이후 10% 이상 감소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재구축을 통해 신시장진출, 사업전환, 업종전환, 업태전환,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에 올해에만 1조 엔 이상의 예산을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중소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수출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벤처기업의 수는 연속 증가세에 있다. 중소기업 정책이 기업 위기의 구제정책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정책으로 단계적으로 전환돼야 할 시기이다. 경제 회복의 핵심 과제는 중소 제조업의 활력 회복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 스마트공장 정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마트제조 2.0 구축을 위해 AI 데이터 기반 중소기업 제조혁신 고도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마이제조데이터’ 체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도 디지털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소기업이 추진한 스마트화를 보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정부의 디지털화 정책이 강하게 추진되면서 중소 제조업은 디지털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수의 중소기업들은 디지털화에 대한 비전 없이 정부가 지원해주기에, 주변의 기업들이 지원을 받기에 우리 기업도 디지털화를 추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객이 전도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디지털화는 제조업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내부 엔지니어링 체인이 통합되고 있으며, 생산 기술의 표준화 속에서 기업 간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조정하는 코디네이터, 라인 빌더가 등장하고 있다. 고객맞춤형, 유연한 생산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은 개발, 조달, 생산, 판매, 물류, 서비스 등의 기능을 자체적으로 보유해 왔다. 현재 아웃소싱, 하드웨어 제공기업, 소프트웨어 제공기업, 플랫폼, 매칭공유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개발전문기업, 서비스 수탁기업, 직접재 조달기업 등도 등장하고 있다. 시제품 제작, 소규모생산부터 양산까지 적층제조도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의 기능이 분절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제조업은 고도화와 복잡화 속에서 사업 환경과 고객 니즈에 맞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웃소싱 등을 조합시켜 최적의 제안과 내외부 자원을 조정하는 역할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의 재편은 이미 시작됐다.

제조업 변화에 이어 건설 등 기타 중소기업들도 디지털화에 따른 업계 재편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업 스스로 디지털화를 통해 사업을 어떻게 재편할지, 핵심 가치와 역량을 어떻게 설정할지, 외부 기업과의 협력관계 속에서 어떠한 포지션에 위치할지 등 전략적 고민이 우선 요구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화는 제조방식 등 중소기업 전반의 변화를 가속할 것이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으려면 이같은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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