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장비·인력업체와 짜면
횡령해도 서류상 확인 힘들고
증거 잡아도 해고 쉽지 않아
꼼꼼한 관리강화가 예방책

# A 전문건설사는 현장소장으로 함께 일하던 B씨가 맡았던 5개 현장이 연이어 적자를 보이던 차에 자재·인력 업체들과 짬짜미해 계약액을 부풀리거나 뒷돈을 받는 등 비위행위를 한 것을 알고 지난달 해고했다. 이후 자체조사에서 피해액수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사기와 횡령 혐의로 이달초 경찰에 고소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들은 B씨와 같은 사례가 과거에 비해 줄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사라지기 어려운 관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가 이런 일들에 너무 둔감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사 대표는 “B씨가 맡았던 총 11억원 규모의 공사들에서 개인적으로 횡령한 금액만 8000만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관련 업체나 작업팀이 15곳, B씨의 지인 등이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직원들과 논의 끝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본사가 지정한 협력업체가 변경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본사 직원의 현장방문에 예민하게 굴었던 게 전조현상이었다고 그는 뒤늦게 회상했다. 

유사한 경험을 겪었던 C 전문건설사는 지난해 현장소장 D를 경찰에 고소한 후 검찰 송치 전에 선처했다. C사 대표는 “현장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본사가 발견하기 어렵고, 경찰 수사 전까지 피해액수를 정확히 알아낼 수 없는 실정”이라며 “최근에도 또다른 현장소장의 일부 비위행위를 알고 있지만 회사에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 눈감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장직원들의 비위행위는 실행금액이 빡빡하거나 본사의 관리역량이 부족할 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잡자재, 식대, 간식비 등 현장에서 다른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구멍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한다.

반면 해결 불가능한 악습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장직원과 자재·장비·인력 업체 등이 본사를 속이려고 마음먹으면 서류상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부 증거를 발견하더라도 공사진행이 더 급해 즉각 해고나 업무배제를 하지 못하는 현실의 벽도 존재한다.

한편, A사 대표는 “피고소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위법하다는 생각조차 안하고 있어 고소까지 하게 됐다”며 “불법하게 새는 공사비는 없는지 전문건설 경영자들이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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