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먹방’의 퇴조가 뚜렷하다. 그 많던 셰프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 자리를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집을 구해주는 ‘집방’이 꿰찰 요량을 하고 있다. 다루는 소재는 확연히 다르지만 ‘먹방’과 ‘집방’은 비슷한 이야기꼴을 갖고 있다. 당장 급한 일이 있으나 제 머릴 깎지 못할 처지라 남의 손을 빌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먹방’은 한 끼를 때울 구조 요청이고, ‘집방’은 편하게 살 집을 구해달라는 구조 요청이다.

그런데 꼼꼼히 뜯어 보면 둘은 서로 다른 점도 많다. 먹방에서 주인공은 음식을 만드는 자다. 셰프가 주인공이 돼 개성있는 재료를 동원하고, 자신만의 비법을 보탠 후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래서 스타 셰프도 만들고, 개성있는 조리법도 탄생하게 된다. 그런데 집방으로 옮겨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방은 누가 집을 지었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집의 골조나 재료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그러니 소개되는 집의 개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언급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집방도 나름대로 집의 가치 평가 기준을 지니고 있다. 집의 위치는 그 평가 항목 중 제일 앞줄에 선다. 얼마나 출퇴근이 용이한지, 주변에 어떤 편의시설이 있는지는 구조를 요청하는 자나 그에 응하는 이가 제일 먼저 고려하는 일이다. 그런 다음 집방 출연진들은 집이 지닌 주변 풍경에 관심을 표한다. 전망은 언제나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집안 인테리어나 각종 편의 장치에 대한 평가가 그다음쯤에 이뤄진다. 위치와 풍광, 그리고 인테리어가 앞줄에 서면서 집 생산의 과정은 평가에서 배제된다. 집의 저자, 생산 재료, 집의 개성에 대한 언급은 과소해진다.

집이라는 결과물을 놓고 그 저자에 대해 관심을 표하지 않음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어떤 생산물이든 처음 대하게 되면 누구의 작품인지, 더 나아가 그 생산자 탓에 생긴 개성이나 특성은 무엇인지를 따지는 일을 먼저 하게 된다. 그런데 왜 유독 집을 구할 때는 그런 고민을 덜 할까. 집 지은 이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으니 무엇으로 지었고, 얼마나 공들여 지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생략되는 것은 뻔한 수순이다. 욕실 액세서리엔 관심을 두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골조나 재료는 괄호 안에 가둬 버린다. 눈에 보이는 부분을 강조하되, 보이지 않은 부분에 대한 고민을 생략함으로써 생긴 결과다.

집방이 저자나 재료에 대한 질문을 생략하는 일은 세태의 반영이라고만 할 가벼운 사태는 아니다. 집의 과정과 가치를 왜곡하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집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 채 거주를 구가하는 일을 결코 정상적이라 할 순 없다. 도배지 안쪽에 담긴 재료와 그 배치를 모른 채 거주하는 일은 집 안에 살지만 제대로 살지 않는 모순적 행위다. 집에 산다는 일은 집을 알고, 집과 한몸이 되어 몸 편히 사는 것을 의미한다. 외양만을 챙겨보는 눈을 넘어서야 제대로 집 안을 사는 일이 가능해진다.

집방에서 우선시하는 집의 가치들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 위치, 주변, 풍광 등도 중요한 가치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들이 맨 앞줄에 서면서 생기는 효과를 걱정할 뿐이다. 집의 생산자, 생산자의 개성, 그 과정에서 든 재료 등에 대한 언급이 생략되면 집의 생산 과정은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지 않는다. 집의 생산 과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저하는 생산자의 익명성으로 이어진다. 재료에 대한 무시 또한 재료의 무책임성으로 연결된다. 그럼으로써 집은 곧 익명과 무책임의 결과물이 되고 만다.

집방이 급한 요청자를 위해 구원을 행하고 있음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다만 구원 과정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요소를 넣어 집에 대한 인식을 조정해보자는 요청을 하고 싶다. 집을 챙겨볼 때는 누가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지었고, 벽지 뒤 장치들의 배치는 어떤지도 따져보는 섬세함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 먹방에서 셰프의 솜씨를 인정해주었듯이 집을 건축한 이들을 드러내는 일도 필요하다. 익명에 빠지지 않아야 책임 의식이 가능해진다. 집을 언급할 때 저자와 재료를 생략하는 일은 주방장과 식재를 모른 채 인스턴트 음식을 취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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