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설의 공정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공사 과정 즉, 공정(工程)이 아니라 기회 평등과 과정의 형평에 관한 공정(公正)을 말하는 것이라 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공정한 게임의 룰에 관한 것이다. 그 얘기를 다시 하게 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지난달 국회 김윤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개정안에 찬성의견을 밝히면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청했다. 전문업체가 10억원 미만 복합공사 원도급에 참여하는 경우 종합공사 등록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며, 2억원 미만 전문공사에서 관급자재 및 부가가치세를 제외하는 게 골자다. 국회가 이 법안을 낸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건설의 공정과 정의 때문이다. 

근 반세기 만에 전문과 종합이라는 건설업 업역이 폐지돼 올해 공공공사부터 시행한 결과 전문에 불리한 문제점들이 다수 나타났다. 당시 생산체계 혁신 로드맵은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다. 고질적인 불공정 하도급의 고리를 끊고 직접 시공과 생산 효율성 강화가 목적이었다. 업역 칸막이가 사라지고 경쟁체제로 가는 만큼 영세 전문업체들은 일정 기간 보호해준다는 단서를 달았다. 2억원 미만 전문공사는 2년 동안은 종합건설이 도급받지 못하도록 유예했다. 하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이 원칙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여러 개의 부대공사를 주공사처럼 입찰공고 하는가 하면 예정가격에 관급자재비를 넣음으로써 2억원이라는 임시 보호막이 무색해졌다. 전문이 거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1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의 경우 관련 면허를 가진 전문업체라 해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견실시공과 시공품질과는 상관없이 종합건설의 등록기준을 별도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문은 빠지고 종합만 들어오라는 규제나 다름없다. 실제로 올 1/4분기 전문·종합 상호시장진출 허용 공고 결과는 종합 쪽으로의 일방적인 쏠림이 두드러졌다. 

이해당사자들 간 게임에서 국회가 무턱대고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는 없다. 양측 의견, 상황을 보고 가장 공평·합당하다고 생각해서 나온 것이 이 법안이다. 종합은 맘대로 전문공사 를 수주할 수 있고, 반대로 전문은 종합공사 수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면 누가 보더라도 불공정한 것이다. 이를 바로잡자는 법안을 두고 종합건설 쪽에서 점잖지 못한 자극적인 용어까지 동원해 공격하는 것은 막가자는 것이다. 합의 정신을 파기하는 게 누구인가. 300만 건설인들과 직접 시공하는 5만여 전문건설업체들은 우리나라 건설현장을 지키는 파수꾼들이다. 상생 협력의 길을 가야지,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소규모 공사까지 싹쓸이하겠다는 탐욕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이는 ‘원래 내 공사(종합)는 내 것이고 네 공사(전문)도 내 것이다’라는 놀부 심보로 비쳐질 수 있다. 공정을 위해 한 수 접어주는 게 있다. 운동에는 체급이고 바둑에는 접바둑, 골프에는 핸디캡이다. 대형매장도 전통시장 살길을 열어둔다. 과하면 넘치는 법이고 욕심은 부릴수록 끝이 없다고 했다. 건설의 공정과 정의를 위한 법안이 흔들리지 않고 통과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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