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건설 전문가는 시장 경쟁 심화로 건설사가 저가 수주를 하는 경우를 두고 제살깎기 영업을 스스로 지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가 내세운 명분은 낮은 공사비가 부실시공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그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자신의 임금을 낮춰서라도 일자리를 달라는 모습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을 내세웠다. 근로자들의 임금 경쟁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므로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아도 건설사의 수주 경쟁은 건설사가 바로 잡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근로자의 임금 경쟁은 지원정책을 만들어 해결할 일이라는 주장을 동시에 하는 것은 공감할 수가 없다.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는데 한 경우는 당사자의 잘못이고, 다른 한쪽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해석하는 것은 이중적인 잣대일 뿐이다. 제살깎기를 스스로 자행하고 싶은 주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의 주장은 작황이 좋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손해를 감수하고 농산물을 판 농사꾼더러 제살깎기 판매 방식은 잘못된 것이니 지양하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를까 싶다.

또 한 가지, 근로자들의 임금 경쟁이 생계를 위한 몸부림이라면 저가 수주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저가 수주를 막는 것은 건설사의 반성이 아니라 건설투자를 늘리고, 적정한 공사비를 필히 지급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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