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새 유형 고시 불구
현장에선 여전히 기승 부려
물가 올라도, 비용 전가해도
교묘한 특약갑질에 속수무책
‘원천무효’ 법안 통과만이 답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특약 근절대책이 일선 현장에서 크게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새로운 불공정 특약 유형을 고시에 명시하고, 세부 유형까지 심사지침에 담아 근절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버젓이 부당특약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최근 다수의 현장설명서와 계약서 등의 자료를 수집·분석한 결과 △특정 보증사 강요 △물가상승률 미반영 △하자보증기간 법정 최대치 설정 △폐기물 처리비용 전가 등을 중심으로 특약 갑질이 여전히 기승부리고 있었다.

하도급업체들은 “공정위가 부당특약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유형을 고시에 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신종 갑질에 따라가기식 대응이라 한계가 있고, 종합건설사들이 법리검토를 통해 교묘하게 문구 등을 바꿔 법망을 피해가고 있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방 소재 전문건설업체 ㄱ사는 최근 각종 원자재와 재료값이 가파르게 상승해 피해가 발생, 원도급사인 A종합건설사에 계약변경을 요청했다. 하지만 B사는 ‘공사진행 중 물가상승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ESC)은 일체 없다’는 특약을 빌미로 거절했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ㄴ사도 B종합건설사에 자재값 인상분을 요청했다가 ‘견적 시 원가상승률 사전 반영’이라는 항목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업체들은 “공정위 등에 신고도 고민해봤지만, 해당 항목 하나로 싸워봤자 수개월간 고생만 하고 성과는 미미할 거 같아 손해를 안고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소재 전문건설업체 ㄷ사는 최근 C종합건설사의 현장에 참여했다가 특정 보증사를 강요하는 특약을 설정당했다. ㄷ사 관계자는 “계약이행증권, 선금급보증증권 등 보증 일체를 특정 보증사에서 받아오라는 내용이었다”며 “분쟁시 원청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보증사 결정 권한이 우리에게 없다 보니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특정 보증사 강요행위는 지난해 공정위가 내놓은 특약 근절 방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업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공정위의 부당특약 유형 고시 제정 방식으로는 부당특약을 근절하기 힘들 것이라는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업계 우려를 반영, 부당특약을 원천 무효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통과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부당특약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며 “을들의 피해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당특약 원천 무효화와 같은 강력한 수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