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視覺] 강에서 자라는 나무들, 기후변화 탓
상태바
[전문가 視覺] 강에서 자라는 나무들, 기후변화 탓
  •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1.05.3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에는 모래가 있어야 한다. 자갈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물이 흘러야 한다. 원래 강의 모습이다. 몇 해 전부터 강에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 강가에 조금씩 자라는 나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나무가 강을 과도하게 차지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물과 모래의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강은 점점 숲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강의 크기에도 관계가 없다. 댐과 같은 구조물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나무로 덮인 푸른 강이 사람이 보기에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강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강에 나무가 자라면 물이 흐르는 공간이 줄어든다. 모래와 자갈이 있어야 할 공간에 10m가 넘는 나무가 자라면 홍수 때 물이 흐르지 못한다. 홍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강의 생태계가 사라진다. 수상생태계가 육상생태계로 바뀌어 강 안의 생태계가 강 밖의 생태계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면적이 줄어들면 유속이 빨라지고 빠른 유속은 강바닥을 파헤쳐 강 수위가 낮아지게 된다. 강 수위가 낮아지면 주변의 지하수위가 낮아지게 되고 지하수위는 농사에 영향을 미친다. 일정 수준 이상 자란 나무는 활착해 사라지지 않는다. 큰 홍수에도 버틴다. 강에 자라는 나무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강에서 식생이 발생해 물이 흐르지 못하는 공간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급격하게 하천 내 식생이 증가하고 있는데, 경북 영주 내성천에서는 2011년에서 2017년 사이에 식생 면적이 16.5배 증가했다. 경기도 여주 청미천에서는 2010년 이후 6년 동안 2배 증가했다.

이와 같은 하천 내 식생의 증가는 강우 발생의 변화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984년부터 2018년까지 35년 동안 전국 19개 지점 월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최근 7년(2012~2018)의 월별 강우 발생 양상이 과거(1984년~2011년)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4월의 평균 강우량은 71.5mm에서 93.2mm로 30% 증가한 반면 5월에서 9월 사이 강우량은 모두 감소했다. 특히 6월에는 161.2mm에서 82.2mm로 49% 줄었다. 이와 같은 여름철 강우량의 감소는 하천 전구간이 물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감소시켰다. 내성천의 경우 2012년 1202시간이던 하천 전체 침수시간이 2015년에는 0시간으로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4월의 강우 증가는 충분한 수분 공급으로 식생이 발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반면 여름철 하천 침수시간 감소는 성장한 식생이 물의 흐름에 의해 유실될 수 있는 기회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와 같은 강우량 변화가 몇 년간 지속되면 식생은 활착해 큰 홍수에도 살아남게 되고 하천의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하게 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도 5월에서 7월 사이 강수량이 최대 3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고, 하천 내 식생의 과도한 발생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하천에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켜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국적인 조사와 더불어 하천 내 식생을 조절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원래 강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강에는 물이 흘러야 한다.

[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koscaj@kosca.or.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