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계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21세기 종속국가 신세를 면하려면 반도체와 관련 분야에서 전시(戰時)급 대책이 필요하다. 당파를 초월하고 이해관계를 넘어 뭉쳐야 한다. 건설도 예외일 수 없다. 미래를 지탱하는 SOC(사회기반시설)로서의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이다.

반도체는 21세기 최고의 전략 자산이다. 그 자체가 국력이고 군사력이다.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이 자원확보를 위해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다면 지금은 반도체에 사활을 걸었다. 세계는 반도체 자산 여부에 따라 패권이 갈리게 될 것이다. 반도체 없이는 산업은 물론이고 인류의 삶 자체가 설명이 안 된다. 반도체는 전기를 통제하고 활용하는 장치다. 전기는 그 자체가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빛과 열, 저장, 연산,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다만 이 모든 게 반도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2차, 3차 산업혁명이 증기·내연기관과 정보통신의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내연기관이 전자 장비로 바뀌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반도체다. 자동차는 도입부에 불과하다. 모든 의료·복지·교통은 물론이고 군사 무기까지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도체는 미래 삶을 지탱하는 화수분(재물이 줄지 않는 보물단지)이자 미래산업의 쌀이다.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도체 패권을 선언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반도체 공장 증설 압박 의사를 노골화했다. 레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9일 반도체 공급망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면서 500억~1000억 달러(약 56조~112조 원) 규모의 민간분야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세계 점유율 1위인 대만의 TSMC는 연간 29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결정하고 미국 애리조나주 등에 3년 내 5개 공장을 증설하는 투자안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삼성전자와 TSMC, 인텔, 포드 등 19개 기업 CEO와의 화상회의에서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어제의 인프라를 수리할 게 아닌,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조 달러(약 224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계획의 핵심이 곧 반도체 투자임을 천명한 것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다. 미국은 앞으로 8년간 반도체 분야에만 5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도 2015~2025년 반도체 분야에 1조 위안(약 173조원)을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6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 “올해 2800억 원을 신규 조성해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중 확실한 정부 자금은 500억원뿐이고 나머지는 민간분야로 알려졌다. 수백·수천조원 규모의 미국·중국 등에 비해 지나치게 미미한 지원 수준이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디지털 SOC로 가야 한다. 그것은 반도체 SOC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반도체 SOC의 가장 기초적인 공장·시설 즉, 인프라는 ‘건설의 몫’이란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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