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지역주택조합의 설립 인가 전후를 불문하고 조합가입계약(이하 ‘계약’)의 효력에 대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택조합의 가입을 신청한 자는 가입비 등을 예치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주택조합 가입에 관한 청약을 철회할 수 있고(「주택법」 제11조의6, 2019. 12. 10. 신설), 조합규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에 탈퇴 의사를 알리고 탈퇴할 수 있는데(같은 법 제11조 제6항), 이러한 청약 철회나 탈퇴는 청약 또는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하는 반면, 이번에 말씀드릴 분쟁 사례는 모두 계약의 효력 자체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입니다.

청약 철회는 기한의 제한이 있고, 탈퇴는 통상의 규약상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조합원은 임의로 조합을 탈퇴할 수 없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하여 조합원이 조합을 탈퇴하고자 할 때에는 15일 이전에 그 뜻을 조합장에게 서면으로 통고하여야 하며, 조합장은 총회 또는 대의원회의 의결로써 탈퇴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표준규약서), 조합으로부터 빠져 나와 계약금이나 분담금을 반환 받고 싶은 조합원으로서는 계약의 무효, 취소나 해제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참고로 통상의 규약상 임의 탈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는 조합원의 개인적 사정에 따라 빈번하게 탈퇴가 이뤄진다면 사업추진에 지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계약의 무효, 취소나 해제를 주장하는 구체적인 사유는 ① 주택건설대지의 사용권원 또는 소유권 확보 비율 등 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대한 허위 고지(기망)나 착오, ② 계약의 주요내용 불이행 또는 이행불능(채무불이행), ③ 사정변경 등이나, 법원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효력을 쉽게 부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한 권리·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가능한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불이행이나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12467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1. 3. 26. 선고 2020가단102753 판결 등).

구체적으로는, 조합이 주택건설대지 중 일부만을 확보하였거나 전혀 확보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95% 이상의 사용권원 내지 소유권을 확보한 것처럼 기망한 경우 계약의 취소를 인정한 반면(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15469 판결, 부산지방법원 2020. 5. 28. 선고 2019나66071 판결), 조합원들이 당초 지정한 동·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하였고(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다259234 판결), 현재 공사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상 분담금이 당초에 비해 증가했고 시공사가 변경된 것만으로는 중대한 사정변경으로 볼 수 없다고도 하였습니다(대구고등법원 2020. 2. 14. 선고 2018나24340 판결).

임의 탈퇴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취지나 지역주택조합사업의 기본적인 특징 그리고 사인 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판결들입니다. 실무에서는 조합을 압박하여 계약금 등을 반환 받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가입 전 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법무법인(유)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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