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넘기면 다른 기관에서 그 비리가 척결되나.”

지난 6월7일 발표된 정부의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방안’에 대한 관련 전공 대학교수·연구자 등 전문가들의 의문이다.

LH 조직을 쪼개고 비핵심 기능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넘긴다는 내용이 ‘알맹이 없는 땜질 개혁’이라는 얘기였다. 게다가 핵심인 조직개편은 당정 이견으로 8월로 유보됐다.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해체 수준’ 운운하며 떠들썩한 말 잔치를 벌였던 정부와 여당의 처지가 궁색해졌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랬는지 당시 공분한 국민보다 더 거친 언사를 쏟아냈던 그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LH를 쪼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정부 주택공급 물량 대부분을 책임지고, 주거복지 등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어서 그렇다는 건 명분상 이야기일 뿐이다.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인 돈 문제가 더 크다. 토지개발 등을 통해 얻은 이익은 임대주택 공급 등에서 막대한 손실을 본 LH의 부실을 메우는 데 쓰인다. 이것들을 다 분리하면 임대아파트 공급이나 주거복지 등 수익은 없고 비용만 드는 사업은 접거나, 정부의 다른 돈으로 충당해야 한다.

코레일이 KTX 회사와 일반철도 회사로 분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KTX의 수익 교차 보전이 없으면 무궁화호는 달릴 수 없다. 일반 회사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이런 구조가 지금껏 유지된 이유는 이들 공기업이 포기할 수 없는 ‘공공성’ 때문이다.

그래도 LH 조직을 쪼개야 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8월이면 결론이 나겠지만, 그 과정에서 참고할 사례가 하나 생겼다. 마침 LH 혁신방안이 발표된 날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스스로 요청한 국회의원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12명에게서 투기 의혹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74명 중 6.9%다. 현재까지 경찰 투기 의혹수사에서 적발된 LH 직원은 77명이다. 1분기 기준 전체 직원 9907명 중 0.8%에 불과하다. 민주당 적발 비율이 LH보다 7배가량 높다.

그럼 이제 민주당도 해체해야 하나. 의혹 의원 12명에게 탈당이나 출당을 권고하면 끝인가. 비례대표 의원은 탈당이 아닌 출당 조치로 국회의원직을 계속 유지하게 해주는 ‘제 식구 감싸기’ 모습까지 보였다. 익명 직장인 사이트에 시위대 조롱 내용을 담은 글 몇 줄을 올려 해임된 LH 직원도 있는데,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내로남불이란 지적이다. 

자꾸 이러니 국민은 정부도 여당도 믿지 않는다. 정부과천청사 유휴 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짓기로 한 계획이 백지화된 것도 일찍이 없던 파행이다. 서울의 태릉 골프장, 용산역 정비창, 서부면허시험장 등지에서도 집단 반발이 이어진다.

정책 실패는 필연적으로 시장 불안을 부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 들어 5개월 동안 6.95%나 올랐다.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후 5개월 연속 1% 상승은 처음이다. 누적 상승률도 역대 최고다. 집값 안정도 다음 정권의 몫으로 ‘유보’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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