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가 포함된 땅을 매도하면서 이장 약정을 하지 않아 묘를 계속 쓸 수 있게 됐다면 땅 주인에게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법인 B사가 A종중을 상대로 낸 분묘 지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종중은 동두천 일대에 분묘를 설치하고 관리하다가 1975년과 1988년 2차례에 걸쳐 국가 등에 땅을 팔아 소유권을 이전했다.

B사는 이 땅 중 일부를 2013∼2014년 사들였고 땅에 설치된 분묘의 철거를 요구하며 A 종중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사는 철거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분묘 사용에 따른 사용료 지급도 예비로 청구했다.

A종중은 분묘를 설치한 땅을 팔면서 묘를 이장한다는 약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묘를 쓸 수 있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며 철거를 거부했다.

1·2심은 A종중의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B사의 분묘 철거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부동산 소유자들과 종중원 간 매매 계약에서 이장 합의가 있었다는 점을 증명할 수 없어 A 종중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 종중의 사용료 지급 의무도 인정하지 않았다.

땅 주인 허락 없이 분묘를 써도 20년 이상 평온·공연하게 관리했을 때 사용료 없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처럼 이장 특약을 하지 않아 생긴 분묘기지권도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례 등을 근거로 일정 기간이 지나 생기는 분묘기지권과 달리 소유권 이전 당시 이전 약속을 하지 않아 생긴 분묘기지권은 사용료 지급 의무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분묘 이장 특약을 하지 않아 분묘기지권을 취득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