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원도급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하도급사를 직접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인 ‘지급명령제도’를 활성화한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과징금 부과기준도 함께 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는 ‘지급명령 활성화 등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실질적 피해구제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대법원 판례 경향을 반영해 현행 지급명령제의 한계를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법원이 일부 지급명령 사건에 대해 금액 입증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동을 건 탓이다.

지급명령제는 원수급자가 떼어먹은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 강제로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과징금은 국고로 귀속되기 때문에 하도급사가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민사소송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는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다.

그러나 여태 사정당국이 지급명령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지급명령을 발령하더라도 법원이 취소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하수급인이 실질적인 피해 보전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STX조선해양 사건이다. 공정위는 2011년 STX조선해양의 하도급대금 부당 감액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 감액분을 하도급사에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STX조선해양의 하도급대금 부당 감액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감액분을 계산하기 위해 공정위가 제시한 기준 금액이 ‘정당한 하도급대금’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지만 지급명령은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공정위 역시 이를 산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지급명령을 취소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사례가 반복돼 하도급사의 피해구제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하도급법 전문가들은 공정위에 직권 감정을 할 수 있는 권한과 예산을 줘야 한다는 조언이다. 공정위가 직권 감정을 실시하면, 하도급 피해구제 기간이 대폭 줄어들고, 민사소송 등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 소모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도급법학회 회장인 정종채 변호사(법무법인 정박)는 “STX조선해양 건과 같은 대법원 판례는 정당한 하도급대금에 대한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지급명령을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도급법에서 ‘공정위는 전문가 감정 등의 증거조사를 통해 정당한 하도급대금을 산정,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배정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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