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B사로부터 통신기지국 시설공사를 7억원에 하도급을 받아 준공했으나, B사는 최종 기성금 2억원을 5개월째 지연하고 있다가 5000만원에 합의를 보자고 제안해 왔다. A사는 당시 회사 사정이 어려워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이제라도 못 받은 공사대금 1억5000만원을 다시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

전문가 답변 :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에 대해 공사대금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하도급업체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몰렸을 때 이를 악용,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는 하도급거래 현실에서 왕왕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처럼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사이에 공사대금과 관련한 합의서가 존재하는 경우 일응 그 합의서에 따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하도급사는 정말 재정적으로 어려워 나머지 공사대금을 포기하겠다는 각오가 아니면 이러한 합의서에 서명해서는 안된다. 물론, 추후 다툴 여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승산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합의서에 서명 여부는 아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다만 법률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볼 수는 있다. 우선 민법 제104조에 따라 하도급사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등을 가려 다퉈볼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아는 한 이 민법 제104조에 의해 합의서가 무효로 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만큼 ‘궁박’의 정도를 지나칠 정도로 엄격하게 보고 있고, 그 근저에는 “계약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는 법리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다른 방안으로 하도급법을 활용해 볼 수 있다. 원도급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사의 자발적 동의에 의하지 않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논리가 법원에서 수용되는 사례(대판 2011.1.27.선고 2010다53457)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판례를 모든 경우에 일반화할 수는 없으며 개별 사안마다 우월적 지위의 존부 및 정도, 자발성의 내용 및 정도 등에 따라 유·무효 판정은 달라질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는 이 사례와 같은 불리한 합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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