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8일은 ‘건설의 날’이 제정된 지 60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건설업계 어디서도 ‘60년을 축하하는 덕담’을 마음 편하게 나눌 수 없었다. 전날 일어난 물류시설 화재사고와 6월9일 발생한 광주 철거 참사가 건설업과 건설 관련 업종의 ‘안전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건설 관련 안전사고는 한국 건설과 건설 관련 업종의 ‘안전 인식’이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다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후진적인 중대재해 인명 사고는 건설업과 건설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업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강조해 온 ‘안전’이 아직도 개발도상국 시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각인시켜 주고 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건설현장은 무엇보다 ‘안전제일주의’, ‘안전지상주의’가 언제나 작용하고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는 이제라도 건설인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예산과 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안전 인식과 행동은 나와 공동체의 안전을 언제든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와 민간 회사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돈(국가와 민간의 안전예산)이다. 안전시설 구축과 예방교육, 지속가능한 안전을 위해 안전 예산을 건설현장에 확실하게 투입하는 것이다. 안전사고가 난 후 입찰 관련 제재나 범칙금을 내는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안전사고가 날 경우 상상 외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구체적인 ‘제도’로 확립해야 한다. 그래서 안전 예산은 국가와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관급공사의 안전 예산을 늘리고, 안전 관리 감독도 지금보다 두 배, 세 배로 강화해야 한다. 당연히 법·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의 건설현장 적용을 위한 예산을 늘리고,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건설장비의 자동화, 스마트 안전관리 등 ICT를 안전 시스템과 접목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모듈 생산 등의 현장 적용을 앞당기는 제도와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안전관련 예산 투입과 건설현장 스마트화 없이 건설현장의 안전사고 감소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발주회사는 건설현장 근로자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한편 하도급업체의 안전 관리도 관할하고 감독해야 한다. 사고를 예방하는 안전관리시스템, 안전 관련 현장의 소리 즉각 반영체계 구축, 현장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를 위한 장치 마련 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와 최고경영자가 동시에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내년 시행하는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숙지하고 건설근로자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하고 일하는 일터’를 만드는 데 돈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이를 통해 건설 방식과 현장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누구도 안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는 한편 더 이상 ‘우울한 건설의 날을 맞을 수 없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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