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지난해 ‘재해 예측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10년간 전체 건설현장의 3900만건 이상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재해 발생 확률을 도출하고 안전관리 지침을 산출해 당일 현장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대우건설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로 현장과 본사의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한다. 업계 최초로 산업용 드론 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스마트혁신팀은 빅데이터, AI, 3D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고 BIM(건설정보모델링) 시스템 구축을 전담한다. 만일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다면 가장 큰 수혜 접점은 건설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구축 시스템이 될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D프린팅 로봇 개발에 성공해 특히 해외 오지 플랜트 건설현장에 활용할 계획이다. 

2006년 12월 설립된 ‘쿠콘’이라는 데이터 플랫폼 기업은 종업원 166명, 지난해 매출액 514억원으로 올 4월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데이터 부문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40여 개국의 2500여 기관들로부터 공공, 의료, 물류, 유통, 통신 등 다방면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결해 상호작용이 가능한 응용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한다. 14년 만에 강소형 기업 모델이 됐다.

지난 6월9일 광주광역시 재개발 지역의 철거 건물이 붕괴하면서 버스 승객 9명이 숨졌다. 6월24일 새벽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40년 된 12층 아파트의 40% 가량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12일이 지난 현재 사망자와 실종자가 155명에 이른다. 시설물의 안전사고는 건설산업의 거역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다.

자연재해에 의한 시설물 붕괴는 불가항력적이라 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붕괴 사고는 당연히 통제돼야 한다. 붕괴 사고는 대부분 대형사고의 양상을 나타내므로 사전관리가 필수다. 플로리다의 경우처럼 안전점검 시행 직전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기술적 오판에 따른 사적, 사회적 비용 지불 대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은 철근의 압축력과 콘크리트의 인장력을 결합해 부착력과 내구성을 높였으므로 외부 충격이나 전조현상 없이 순식간에 붕괴하기란 매우 드물다. 따라서 붕괴 예방의 관건은 외부 충격과 전조현상에 대한 데이터의 활용이다. 광주 철거 건물에 대한 효과적인 파괴 데이터를 활용하고, 플로리다 노후 아파트의 붕괴 전조현상 데이터를 파악했더라면 붕괴의 건설업이 아니라 창조적 파괴의 건설업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건설산업의 흥망성쇠는 데이터를 축적하고 응용하는 역량의 차이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건설 시설물들은 내구연한이 길고 자연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생애주기 가운데 생성된 무수한 데이터가 소중한 일기장이다. 과거에는 일기장이 그저 추억거리였을지라도 이제는 건설 스마트 기술을 통해 명품 요리를 만들어내는 비법의 레시피가 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건설산업이 BIM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설 데이터의 활용은 대기업이나 종합건설업체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전문건설업체의 각 전문 분야별 실적 데이터가 알토란이다. 이를테면 철골, 철근, 콘크리트, 창호 등의 건설과 해체의 실적 데이터를 시공 주체인 전문업체가 생성,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강소형 건설 데이터 전문업체를 도전적으로 창업하고 육성해야 한다. 종합이든 전문이든 건설기업 창업의 비전은 데이터 기반 기업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미래 지향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건설업체의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은 2~7%대로 종합건설업체의 약 1/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와 AI 활용도는 종합건설업체가 17.9%인 반면에 전문건설업체의 경우는 4.2%에 불과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종합건설업체의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활성화 전망치는 62.3%인 반면에 전문건설업체는 64.2%로 스마트 건설기술 가운데 유일하게 더 높게 나타났다. 전문건설업의 역량이 데이터 기반 기술력으로 전환돼야 함을 방증한다.

우리가 예지력으로 미래를 예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의 통시적 데이터에 기반한 추적과 판단은 미래 예견으로 안내할 수 있다. 건설산업이 부활하려면 데이터 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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