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직업성 질병 중증도 기준 등 마련해야”…대한상의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
건설업계 “개별현장 안전 일일이 챙기기는 불가능…경영환경 악화 우려”

정부가 입법예고 계획을 밝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두고 경제단체들과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9일 논평에서 “경영 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경영 책임자의 정의와 의무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구체화돼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해 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산업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시행령 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특히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직업성 질병의 목록만 규정하고 중증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재해로 간주될 수 있다고 우려를 높였다.

또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적정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모호하게 규정한 부분을 보완하고, 경영 책임자의 개념과 범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유예기간 필요성도 강조했다. 내년 1월27일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준비 시간이 부족하며 경영 책임자가 의무를 다했는데도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면책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에 경총은 이같은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담아 정부에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산업현장에 많은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경련도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의 표현으로 모호하게 규정한 점과 직업상 질병의 중증도를 규정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에는 누구나 공감한다며 하지만 모호한 기준 등으로 인해 기업만 피해를 보게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왔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결국 법령의 모호함과 포괄성에 대한 책임은 기업에 전가됐다”면서 “그만큼 기업의 리스크는 커졌고 불확실한 상태에서 기업경영을 해야 하는 부당한 부담만 가중됐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는 안전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인데, 중대재해법은 고의범에 준하는 형벌을 부과하고 법 적용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입법 과정에서부터 법 추진에 유감을 표명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내용 보완을 요구해 온 바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법안은 최고경영자(CEO)가 개별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국내외 수십∼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한 건설업체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경영환경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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