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태안 원유유출사고(2017. 12.), 구미 불산가스누출사고(2012. 9.), 여수 유류유출사고(2014. 1.) 등 환경오염피해가 반복해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배상 및 구제가 미흡했던 데 대한 반성적 고려로 2014. 12. 31. 제정됐습니다.

제정 당시 국회는 ‘①오염원인자 부담원칙을 구현할 수 있도록 무과실책임과 인과관계추정 법리를 실체규정으로 체계화해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완화하고, ②환경오염 위험성이 높은 시설은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해 배상책임 이행을 위한 재무적 수단을 확보하도록 하며, ③ 환경오염피해 구제를 통해 고통을 겪는 국민을 지원함으로써 피해구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실효적인 환경오염피해 구제제도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그 제정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두 가지 축은 배상과 구제인데, 이 중 배상에 관한 최근 판결(서울서부지방법원 2019. 1. 30. 선고 2018가합34063 판결)을 하나 소개합니다.

사안은 이러합니다. 원고는 환경오염피해 배상 보장계약의 운영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으로, B 회사가 설치·운영하고 있던 송유관 등 시설에 관해 ‘피보장자: B 소속 C물류센터’, ‘보장기간: 2016. 6. 30.부터 2017. 6. 30.까지’, ‘보장범위: 토양 및 대기’, ‘보장한도: 300억 원’으로 정한 환경오염피해 배상 보장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 회사는 피고인 A 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A 회사로 하여금 송유관 중 일부를 이설·보호하는 공사를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A 회사가 공사 중 송유관 상부를 파공시키는 바람에 약 15,000리터의 경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B 회사는 복구 과정에서 약 35억원을 지출했으며, 이 중 약 34억원 상당을 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보험금 및 지연손해금으로 지급 받았습니다.

이후 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7조 제1호를 근거로 A 회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환경오염피해를 발생시켰다고 주장(구체적으로는 B 회사의 감독관이 부재한 상태에서 인력 확인굴착작업을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강재 항타작업을 한 중과실이 있다는 주장)하면서, B 회사의 A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도급계약에 따른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불법행위책임을 이유로 한)을 대위행사한다면서 소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일단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11조 제2항(“환경오염피해가 시설의 설치·운영 등에 사용된 자재·역무의 제공에 의해 생긴 때에는 사업자는 해당 자재·역무의 제공을 한 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에만 구상할 수 있다”)이 시설과 관련해 역무를 제공한 자의 사업자에 대한 구상의무뿐 아니라 채무불이행책임 내지 불법행위책임에도 적용된다면서, B 회사의 A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역시 A 회사에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법원은, 위 사안에서 B 회사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환경산업기술원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쌍방의 항소 없이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한편으로는 환경오염 발생위험이 있는 시설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업자가 과실 유무와 무관하게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해 발생한 환경오염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배상을 담보하고 그로 인한 손해를 전보받을 수 있도록 사업자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거나 또는 환경오염피해 배상 보장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위와 같은 가입 또는 체결의무가 없는 해당 시설과 관련해 역무를 제공한 자 등의 경우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구상의무를 지도록 함으로써, 거대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과도한 책임을 제한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위 판결의 결론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위 판결에서 보듯 환경오염피해는 건설현장에서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련한 법령과 판결 등을 한번쯤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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