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의 시간이 왔다. 여당과 야당 그리고 소위 제 3지대에 걸쳐 출사표로 분주하다. 벌써 서로 검증한다며 치고받기 시작했다. 아직은 후보자들이 공부가 덜 된 탓인지 정책 검증에까진 이르지 않고 있다. 살아왔던 발자취를 따지는 도덕성 검증에 더 열을 올리는 편이다. 라인업이 명료해지기 전까진 그렇게 진행되리라 예상한다. 그런데 의외로 도덕성 검증 사이로 머리를 내미는 정책 사안이 있어 시선을 끈다. 바로 주택 정책이다.

여당의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주택 정책을 꼽았다. 지난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도 그 탓이라고 자인한 바 있다. 야당도 주택 정책을 정권의 약한 고리라 규정하고 그곳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그를 후벼 파고 있다. 서울과 부산의 보궐선거에서 얻은 달콤한 승리를 단단히 기억하는 탓이다. 한쪽엔 아픈 손가락이 됐고, 다른 쪽에는 필승 카드처럼 됐으니 주택 정책이 도덕성 공방 틈새에서도 비집고 나오는 것은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 헌법 제 35조 3항은 주택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의무를 담고 있다.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의 밑 바탁에는 주택 관련 사안이 곧 복지이며,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주택 정책을 점검하는 일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 자격을 심사하는 리트머스여야 함을 전해주고 있다.

주택 관련 공약을 제일 앞서서 점검하는 언론은 이번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이 긍정적 전망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눈을 번쩍 뜨게 할 주택 정책은 물론이고 널리 받아 들여질 만한 주택 정책을 어느 쪽도 내놓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 매수를 원하는 젊은 층의 실망, 임기응변 탓에 흔들리는 정책 기조를 또 겪을 생각을 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심각한 사회 문제이건만 해결할 묘수를 내놓지 못하니 주택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리 모두가 무능하다는 얘기 말고는 달리 평가할 방법이 없다.

주택 정책에서의 무능은 저출산, 인구 절벽 등의 다양한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주택 정책의 부진함은 평범한 사회 문제를 넘어 급박하고 절실한 생존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급진적 처방을 요청하게 된다. 매번 해결의 선지자를 기다리는 맘으로 대선 공약을 경청하고 투표하기를 반복하지만 나아졌다는 기억은 별로 없으니 급진적 지혜를 구할 수밖에 없다. 이번 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통령 선거 때마다 치렀던 구습을 탈피해야겠다.

정당과 대선 후보들 그리고 그를 평가할 주체들이 이번에는 발상의 전환을 꾀해보면 어떨까. 복화술의 인형처럼 입을 뻥긋할 대선 후보로부터 주택 정책, 공약을 듣는 방식은 사회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 후보자 대신 주택 정책팀 간 간단없는 토론을 벌이도록 도모하자. 정치적 제스처로 부동산 중개사를 방문해 현장 이야기를 듣는 등의 낯간지러운 연출을 멈추고, 후보자가 정책팀을 가리켜 소개하고 그들의 입으로 정책을 전하게 하는 실용적 방식을 택해보자. 헌법에 나와 있듯이 주택문제를 복지이며 곧 인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정무적 판단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할 일이니 꾸준히 이를 연구해온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함은 당연지사다. 대통령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헌법을 지키겠다며 추임새를 넣을 뒷배가 되면 될 일이다.

정책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쪽에선 특정 후보 편에 선 전문가의 발언과 연구를 평가해 나갈 일이다. 이미 내놓은 여러 정책과 연구를 기반으로 이를 검증해나가면 된다. 어슬프게 과외를 받아 자신도 모른 채 떠벌인 내용을 점검하는 것보다는 몇 배는 나은 검증 방법이 될 것이다. 이번 대선기간 동안에는 주택 정책에 관한 한 후보의 입을 막자. 대신 후보가 손으로 지목하는 전문가 집단의 입에 주목하 자. 대통령 후보의 입은 막고 손은 푸는 발상 전환으로 주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아나서 보자. 더 이상 구습에 맡겨둬 반복하기엔 모두 너무 지쳐 있다. /서강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