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숙제의 답은 ‘공급’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물건이 2배 이상 늘었다. 7월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기 위해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빼기로 한 뒤다. 매물이 늘면서 전세 호가가 1억원가량 내렸다. 그래서 공급이 답이다.

규제는 독이다.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가 추진되던 지난 1년 1개월 동안 분양권을 받으려는 집주인의 입주로 기존 세입자가 밀려났고, 물건이 귀해져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빚어졌다.

정책 번복으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도가 훼손된 건 더 큰 독이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는 지난해 6·17 부동산대책의 핵심 중 하나다. 정부의 정책 의도와 기대 효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고, 탁상공론, 졸속정책 비판 속에 문재인 정부는 처음으로 주택시장 수요 규제책을 철회하는 굴욕을 자초했다. 가장 심각한 후유증은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후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서 살던 세입자들이 전세 난민이 돼 어설픈 규제의 쓰디쓴 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전세는 매매와 다르다. ‘영끌’을 하든지 뭐든 해서 집을 사는 사람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이다. 강남권 재건축 이주 증가와 방학 이사철 학군 수요가 겹치면서 전셋값은 앞으로도 더 뛸 것이다. 올해 하반기엔 아파트 입주 물량조차 상반기보다 줄어 서울 전세난이 더 가중될 거란 전망이 강하다.?전세 난민이 이 첩첩산중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이 정부 부동산 규제가 긍정 효과를 낸 게 하나라도 있나 되짚어 봐야할 때다. 규제 끝판왕 ‘토지거래허가구역’도 사실상 실패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정부가 토지거래구역으로 지정한 서울 강남권의 4개 동 아파트값은 최근 1년 사이 서울 평균을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까다로운 절차와 규제 때문에 매물이 없어 거래는 쉬 이뤄지지 않는데 한 번 물건이 나오면 신고가를 쓰는 기현상이 계속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정부 공인 투자처’라는 인식이 수요자 뇌리에 박힌 결과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제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국민이 흥미조차 느끼지 못하는 둔감함이다. 정부가 엄포를 높으면 집값은 몇달 움츠렸다 다시 뛴다는 공식이 수차례 확인됐으니 안 그러면 더 이상할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에게 미안한 내색조차 없다. 의원입법 형태로 집주인 의무거주법 개정 등을 추진했으니 정부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빤한 속내가 보인다. 오히려 자화자찬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21일 부동산시장점검회의에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의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77.7%까지 올라갔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전월세 거래된 아파트가 모두 18만여 채인데, 이 중에서 5% 이내로 계약을 갱신하지 못한 4만2000여 세대는 외면했다. 빌라·다세대까지 다 합치면 9만6000여 세대다. 그들은 집주인에게 살던 집을 내주고 수억원씩 뛴 주변 집을 반전세나 월세로 구했거나, 외곽 동네로 혹은 경기도로 밀려났을 것이다. 정부는 그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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