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청구 압박해 공사비 깎고
타절 이유 보증서 돌리기 성행
하자이행보증서 갑질도 공공연
원인 파악 뒷전인채 책임만 강요
제도 자체가 불평등… 개선해야

최근 각종 이행보증을 이용한 갑질이 증가하면서 건설 하도급업체들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하도급업체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해 설정해둔 보증을 일부 악덕 원도급업체들이 역으로 갑질 도구로 악용하면서 하도급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계약이행 보증과 하자이행 보증 청구를 빌미로 공사비를 후려치거나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하자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등의 불공정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피해 업체들은 먼저 계약이행보증을 악용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대표적으로 △보증금 청구를 빌미로 공사비를 깎거나 △각종 타절 명분을 만들어 이행보증을 청구하는 방식 등 크게 두 가지를 문제로 꼽았다.

업체들은 “보증금이 청구되면 소명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보증기관과 시비를 가려야 하고 해결될 때까지 보증 한도도 묶이다 보니 업체들이 두려워한다”며 “그래서 피해를 보더라도 대금 일부를 줄여주는 방식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절 이유를 만들어 보증서를 돌리는 방식은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 오던 갑질인데, 최근 이를 이용해 괴롭히는 악덕 원청사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분쟁 조정 전문가는 “실제로 최근 이행보증 관련 분쟁 접수 건이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필요하겠지만 코로나 등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손쉬운 하도급업체들을 통해 이윤을 남기려는 행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체들은 또 하자이행보증서 관련 문제도 제기했다. 하자가 발생하면 원인파악에 나서지도 않고 하도급업체에게 “보증금을 청구할테니 원치 않으면 지정해 주는 기간 내에 하자 보수를 이행하라”는 식의 통보성 갑질을 해온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하자가 설계의 문제인지, 재료의 문제인지 아니면 시공상 문제인지 원인을 따져봐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하지만 지금은 이에 대한 분석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하도급업체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 나아가 이행보증제도 자체가 하도급업체에게 불리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업체들은 “계약이행보증의 경우 원청과 분쟁만 발생해도 보증기관에서 구상권이 청구될 금액까지 계산해 하도급업체 보증한도를 제한한다”며 “보증금이 청구되기도 전에, 그리고 공정위나 법원의 판단도 없이 하도급사의 권리만 빼앗는 방식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제도 자체가 이처럼 하도급사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보니 갑질에 악용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정부 당국의 면밀한 검토와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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