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불법 담합에 시정 등 제재
삼일C&S·IS동서·아주산업…24개사
임원 등, 꾸준히 모여 의견 교환해
“검찰, 먼저 형사 처벌…고발 제외”

아파트 공사 등에 쓰이는 콘크리트 파일(말뚝) 가격을 10여년간 담합한 삼일C&S 등 24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단체로 적발됐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102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2008년 4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콘크리트 파일의 기준 가격·단가율·생산량 감축 등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삼일C&S 등 24개사에 시정(향후 금지) 명령과 과징금 총 1018억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물게 된 곳은 삼일C&S(261억1500만원), IS동서(178억3200만원), KCC글라스(88억9300만원), 아주산업(88억8600만원), 동양파일(82억3600만원), 영풍파일(51억6500만원), 성암(45억5600만원), 동진산업(33억원), 미라보콘크리트(28억6200만원), 정암산업(26억8800만원), 신아산업개발(24억3700만원)이다.

KCC글라스는 이 담합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2016년 말 가담사인 삼부건설공업을 인수·합병(M&A)해 과징금 등 행정 책임을 지게 됐다.

삼성MK(14억7100만원), 대원바텍(14억5200만원), 금산(13억700만원), 유정산업(9억8700만원), 성원파일(9억7700만원), 삼성산업(9억6400만원), 서산(9억2600만원), 명주파일(7억9200만원), 티웨이홀딩스(7억8900만원), 산양(6억9700만원), 동진파일(3억7000만원), 명주(1억3500만원)는 20억원 미만이다.

이 담합에 가담했던 동양의 경우 2014년 3월 법원으로부터 회생 계획을 인가받아 과징금 청구권이 면책, 시정 명령만 받았다.

콘크리트 파일이란 모래·자갈·시멘트 등을 긴 원통에 넣고, 고속으로 회전시켜 생산하는 고강도 말뚝을 가리킨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는 기초 공사 등에 사용하며, 달리 대체재가 없다.

이 담합이 시작된 2008년 초는 시멘트 등 원자재값은 급등하는 반면 콘크리트 파일값은 하락해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이었다. 이에 삼일C&S, IS동서, 아주산업을 주축으로 한 17개사는 “더 이상의 시장 가격 하락을 막자”며 담합에 나섰다.

이후 2008년 이후 콘크리트 파일 판매 사업을 시작한 명주파일, 동양파일, 동진파일과 유정산업이 담합에 가담했고, 삼성산업, 삼성MK, 성원파일도 2012년 이후 규합하면서 사건 규모가 커졌다.

콘크리트 파일의 판매가는 ‘기준 가격×단가율’로 책정되는데, 이들 업체는 2008~2017년 기준 가격을 총 4차례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단가율의 경우 60~65% 이하로 내리지 말자며 하한선을 설정하면서 판매가를 인상하거나, 유지했다.

동진파일을 제외한 23개사는 ‘실무자 협의회 운영 세칙’을 만들어 운용하며 2008~2014년 생산량을 줄이자고도 합의했다. 이들은 생산량·출하량·재고량 등 정보를 교환하고, 업계 전체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상회한다고 판단됐을 때 생산 공장 토요 휴무제 시행, 공장 가동 시간 단축 등에 나섰다.

23개사는 또 2009~2014년 건설사의 콘크리트 파일 구매 입찰에서 물량을 나눴다. "이번에는 A사, 다음에는 B사"와 같은 방식으로 순번을 정하고, 건설사에 견적서를 낼 때 미리 합의한 기준 가격과 단가율을 지키기로 합의했다.

이 담합은 2008~2014년에는 전체 기업 간 ‘직접 모임·회합’ 방식으로, 2014~2017년에는 대·중견기업-중소기업 간 ‘의사 연락’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들이 직접 모일 때는 수도권 업체 중심으로 월 1회 대표자 협의회→주 1회 임원 협의회→주 1회 실무자 협의회를 거쳐 합의안을 만들고, 이를 호남·영남권 업체에 공유해 담합했다.

협의체가 분리된 뒤에는 대·중견기업이 임원 협의회를 열어 먼저 합의한 사항을 중소기업에 전달해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담합 기간 주력 생산품인 ‘A종 500㎜ 구경’ 콘크리트 파일 평균 판매가가 상승하거나, 이들이 합의한 수준을 대체로 상회·육박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행위는 공정위가 2017년 1월 현장 조사에 나설 때까지 계속됐다. 별도의 고발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전상훈 과장은 “2016년 콘크리트 파일 판매사 다수가 관수 입찰 방해 혐의로 검찰로부터 형사 처벌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콘크리트 파일 시장에 만연하던 담합 관행을 시정해 경쟁 질서가 확립되도록 했다”면서 “앞으로도 콘크리트 파일처럼 전·후방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간재 분야 담합을 더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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