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장은 장치 혹은 물리적 매체를 이용해 전기나 열, 에너지를 가지는 액체나 기체 등의 형태로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수백kWh이상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이라고 한다. ESS의 활용 측면에서 전력계통에서는 발전, 송배전, 수용가에 설치돼 운영이 가능하며, 주파수 조정, 신재생발전기 출력 안정화, 첨두부하 저감, 부하평준화, 비상전원 등의 기능으로 사용된다.

ESS는 전기에너지를 적게 사용할 때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이용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활용도 제고 및 전력공급시스템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에너지 저장은 저장방식에 따라 크게 물리적 에너지저장과 화학적 에너지저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인 물리적 에너지저장으로는 양수발전과 공기액화 에너지저장, 압축공기저장, 플라이휠 등을 들 수 있으며, 화학적 에너지저장으로는 리튬이온배터리, 납축전지, NaS전지 등이 있다.

미국의 에너지부(DOE)에서 2020년 12월 발행한 에너지저장 시장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 2500GWh 이상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19년의 약 600GWh에 비하면 11년 사이에 5배 이상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전기자동차가 이끌고 있는 수송분야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계통과 연계된 ESS의 경우에는 2019년 10GWh에서 2030년 160GWh 수준으로 1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전략에 따르면 전 세계 최종에너지 소비 중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21%에서 2050년 50% 이상으로 증가하고 1차 에너지 공급 74%, 발전량 90%를 재생에너지로 해결하며 이 중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이 큰 전원도 총 발전량의 6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감당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3020 정책과 제 3차 에너지기본계획 초안에 따라 2030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 2040년에는 35%까지 늘린다는 추진 일정으로 재생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비율의 급격한 증가는 지금까지 수요 측면에서 수요반응을 위한 제도적, 기술적 대응에 집중해온 전략에 반해 공급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기 시작했다. 2020년 한국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초과공급 위기가 왔던 일수는 2014~2017년에는 하루도 없다가 2018년 1일, 2019년 2일, 2020년 8일로 급증했다. 전기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전기 주파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서 전력품질에 있어 심각한 저하가 도래할 수 있었다.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는 수력·화력·원자력과 달리 전력 생산량이 자연에 의해 좌우되는 태양광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공급과잉 위기 때 발전기를 정지시켜 대응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양수발전소의 펌프 가동으로 전기를 사용해 겨우 위기를 넘겼지만 수요가 좀 더 감소했다면 심각한 위기가 왔을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의 수요 측면에서도 기존의 수요반응에 대한 다양한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며 냉열과 온열, 전기 등의 다양한 수요에 따라 에너지변환에 따른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 공급할 수 있는 중간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전력의 초과 공급 시 에너지를 최대한 저장해 계통 안정화에도 기여할 뿐만 아니라 냉열이나 온열 등의 다른 에너지 형태로서도 전력 소비와 동시에 공급 가능한 가교역할로서 에너지 저장에 대한 인식과 정의를 기존의 역할과 더불어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적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저장의 매개체가 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로서 예를 들면 공기액화를 통한 에너지저장기술이 영국에서 이미 상용화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국토부가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에너지 저장기술의 병합 또한 검토돼야 할 것이다.

탄소중립이라는 화두 아래 제한적 제어의 영역에 있는 자연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1차 및 2차 에너지의 공급과 다양한 에너지 소비까지의 전주기적 측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까지 고려해 국가 에너지 아키텍처가 수립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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