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라면 대곡소사선(고양 대곡~부천 소사)은 이달부터 운행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공사 지연으로 개통 시점도 19개월 뒤로 멀찍이 밀려났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곡~소사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실시계획 변경(7차)’을 지난달 고시했다. 이 변경안에서 밝힌 개통 시점은 2023년 1월이다. 2016년 6월 착공한 후 공사 기간이 7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철도공사 지연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도 개통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2018년 12월 ‘형식적인 착공식’을 한 뒤 이듬해인 2019년 6월 실제 첫 삽을 뜬 GTX-A 노선은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개통 시점을 맞추지 못할 거라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철도업계에선 빨라야 2025년 개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곡소사선과 GTX-A 노선 모두 공기 지연에 대한 나름의 사연이 있다. 대곡소사선의 경우 한강하저 터널 굴착 구간의 지질 불량이 변수로 떠올랐다. 김포공항역 환승구간의 설계변경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토지보상 지연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허들이다. GTX-A 노선의 경우 토지보상이 늘어지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민들의 반발로 노선변경 행정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기구 공사현장인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근처 공사현장의 경우 문화재 발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더 깊게 들여다보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주 52시간제다. 철도공사의 경우 시설사업기본계획에 공기 60개월이 명시돼 있다. 이는 개정 근로기준법 이전부터 존재해 온 수치다. 법 개정 전 주당 최장 68시간 근무제와 오늘날의 주 52시간 근무제에는 큰 차이가 있다. 건설현장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이전보다 더 긴 공사 기간을 필요로 하게 됐지만 정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현장에 동원할 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 증가에 따른 공사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공기 지연에 영향을 준다. 물론 안전사고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문제는 안전사고 예방을 강조하는 정부가 그만큼의 지원을 하고 있느냐다. 60개월이라는 공사 기간을 못 박아 둔 채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라는 건 ‘천천히, 안전하게, 뛰어와라’는 말과 같다. 더구나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산업안전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가 공포 수준으로 증폭될 것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공사 기간을 연장하고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 건설사들이 안전하고 확실하게 공사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순서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도 자리 잡고 있다. 철도공사 지연은 건설사들만의 고민거리가 아니다. 오랜 기간 철도 개통을 기다려온 지역 주민들도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다. 기계적으로 ‘착공일+5년’이라는 계산으로 개통 목표를 설정해 놓은 뒤 수차례 시점을 뒤로 미루는 건 국토부의 관행처럼 굳어진 행정처리 방식이다.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코로나19, 안전의식 강화 등 다양하다.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이에 발맞춰 ‘철도공사기간 60개월’도 수정하는 게 맞다. 공사 기간을 늘리면서 그에 합당한 사업비도 책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철도공사에서 ‘60개월’ 목표를 맞춘 사례는 신분당선 하나 정도다. 애당초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건 정부와 건설사, 지역 주민들 모두에게 부담과 부작용, 좌절감만 줄 뿐이다. 이젠 60개월이라는 희망고문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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