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올해 3월 새롭게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행정기본법은 행정행위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규율하는 일반법으로, 개별 법률과 판례에 따라 인정돼 오던 법리들이 반영돼 있습니다. 앞으로 행정기본법에서 정한 기준대로 행정처분을 비롯한 각종 행정행위의 효력과 적법성이 판단될 것입니다.

이 중 부관에 관한 규율부터 차례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부관은 주된 행정행위(처분)의 효과를 제한하거나 보충하기 위해 덧붙여지는 규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사업계획승인을 하면서 일정 시설을 기부채납하도록 덧붙이는 경우, 숙박시설영업허가를 하면서 주차시설 완비의 조건을 붙이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행정청으로부터 어떠한 처분을 받았을 때 주된 행정처분에 부가된 규율이 적법하고 유효한지, 아니면 위법하거나 무효여서 그러한 규율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즉, 부가된 규율에 응하지 않아도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소위 ‘부관의 가능성’ 문제입니다. 애당초 그와 같은 부관을 붙일 수 있는 행정처분인지부터 따져보는 것입니다.

행정기본법 제17조 제1항 및 제2항도 부관을 붙일 수 있는 행정행위에 대해 정했습니다. 제17조 제1항은 처분에 재량이 있는 경우에는 부관을 붙일 수 있다고 정하고, 제17조 제2항은 처분에 재량이 없는 경우에는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 부관을 붙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법원은 재량행위인 수익적 행정처분에는 법령에 특별한 근거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관을 붙일 수 있다고 보아 왔고(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650 판결,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5다65500 판결 등), 반면 기속행위나 기속재량행위에는 부관을 붙일 수 없고 부관을 붙였다 하더라도 무효라고 했는데(대법원 1995. 6. 13. 선고 94다56883 판결, 대법원 2004. 3. 25. 선고 2003두12837 판결 등) 이러한 판례 법리가 반영된 것입니다.

다만 행정기본법 제17조 제2항에서 처분에 재량이 없는 경우에도 부관을 붙일 수 있는 경우로 정한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습니다. 법률에 직접적으로 부관을 둘 수 있다고 명시한 경우에만 부관을 둘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보다 넓게 보아 법률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부관까지도 허용된다는 것인지 다툼이 예상됩니다. 이와 관련해, 과거에 기속행위인 건축허가를 하면서 보차혼용통로의 조성·제공에 관한 내용이 덧붙여져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보차혼용통로의 조성·제공에 관한 내용이 건축허가에 부가된 부관이 아니라 법률의 규정에 따른 것일 뿐이므로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해(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두8277 판결)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피해간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행정기본법 제17조 제2항의 해석과 맞물려 각종 기속행위에 대해 어디까지 부관을 붙일 수 있는지 더욱 문제 될 것입니다.

한편, 부관의 가능성과 관련해, 이미 처분을 했는데 나중에 부관을 붙이거나(사후부관), 처분을 하면서 부가했던 부관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부관의 사후변경).

판례를 보면, 사후부관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있거나 변경이 미리 유보돼 있는 경우 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허용된다고 판단한 적이 있고(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16두45028 판결), 부관의 사후변경에 대해서는 명문의 법률규정, 가능성 유보, 상대방 동의가 없더라도 사정변경으로 인해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 그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누2627 판결).

행정기본법 제17조 제3항은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정리하고 사후부관과 부관의 사후변경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전제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요건을 공통으로 정했습니다.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제1호),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제2호), 그리고 사정이 변경돼 부관을 새로 붙이거나 종전의 부관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해당 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제3호)에는 사후부관이나 부관의 사후변경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사후부관이나 부관의 사후변경은 불가한 것이므로 적극 다투어 위법한 부관으로 인한 손해를 입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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