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지난 글에서 살펴본 부관의 가능성, 즉 부관을 붙일 수 있는 행정처분인지의 문제 다음으로 살펴볼 것이 바로 부관의 요건입니다. 부관의 적법성과 유효성을 판단할 때 가장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행정기본법 제17조 제4항에서는 이 부관의 요건을 명시적으로 열거했습니다.

1) 먼저 처분의 목적에 위배되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제1호). 예를 들어, 수산업법에 따라 어업허가를 하면서 정작 그 어업허가에 따른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부속선을 사용할 수 없도록 부관을 붙였다면, 이러한 부관은 어업허가의 목적달성을 사실상 어렵게 하는 것이어서 위법한 것입니다(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누6808 판결).

2) 처분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는 부관이어야 합니다(제2호). 소위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이라고 하는 행정의 일반 법 원칙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부관의 경우입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① 주택재건축사업의 사업시행인가에 정비구역 밖의 도로개설부관을 부가한 경우 해당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으로 교통량이 증가함에 따라 도로를 신설할 필요가 생겼고, 도로를 신설하면 해당 조합의 조합원들의 이용상 편익이 크게 증진된다는 점(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2다78818 판결), ② 고속도로 부지와 접도구역에 송유관을 매설하기 위한 도로점용 및 접도구역 내 공작물 설치허가를 하면서 고속국도의 유지관리 및 도로확장 등의 사유로 매설한 송유시설의 이설이 불가피할 경우 그 이설비용을 처분의 상대방이 부담하도록 한 경우 송유관이설이라는 부대공사와 관련해 공작물설치자로서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점(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5다65500 판결)을 근거로 문제 되는 부관이 부당결부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들이 있습니다.

반면, ① 골프장사업계획 승인과 기부금 지급의 경우 실질적 관련성을 부인하였고(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7다63966 판결), ② 주택사업계획승인을 하면서 그 주택사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토지를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부관을 주택사업계획승인에 붙인 경우 부당결부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았으며(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650 판결), ③ 부산 영도대교 철거를 위한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하면서 영도대교 전시관 건립 부관을 붙여 문제된 사건에서 전시관 건립의 부관은 본체인 건축허가와 목적과 원인에서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부산고등법원 2011. 10. 28. 선고 2010누6380 판결).

3) 부관은 해당 처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붙여져야 합니다(제3호). 과도한 부관이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토지형질변경허가를 하면서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하도록 했는데 그 규모가 과도하게 크다면 그와 같은 기부채납의 부관이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8두17845 판결).

실무에서는 이상과 같이 행정기본법에 직접 명시된 요건 외에도 부관이 행정행위로서 가지는 일반적 한계, 즉 법령에 적합해야 한다거나, 이행가능해야 한다거나, 비례원칙 외 행정의 법 원칙(평등원칙 등)에 따른 한계를 준수했는지 여부 등이 계속 쟁점이 될 것입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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