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지난 6월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국민에게 몇 가지 의문점을 남기고 또 하나의 강력한 규제올가미를 만들게 했다.

우선 드는 의문은 철거비 28만원(3.3㎡당)의 공사비가 하도급, 재하도급을 거치며 어떻게 4만원까지 낮아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렇다면 애당초 평당 28만원 공사비가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아무리 공사비가 낮아졌다고 해도 7분의 1수준으로 과연 제대로 된 작업이 가능한가이다. 둘 다 ‘그렇지 않다’가 맞을 것이다. 발주자가 공공이건 민간이건 터무니없는 비용을 내고 공사를 맡길 리가 없다. 건설업체 역시 공사비 뻥튀기로 장난칠 수 없는 것은 물론 턱없는 공사비로 제대로 된 공사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이처럼 비상식적인 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구조적 문제점과 과도한 욕심 때문이다.

실제로 시공 능력이 없는 업체가 공사를 수주받아 하도급, 재하도급을 주는 구조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등록 서류 몇 장으로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입찰을 따낸 뒤 하도급을 주는 먹이사슬을 끊어야 한다. 시공 능력을 갖춘 회사라 하더라도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다. 한 푼이라도 덜 투입해서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심리는 인지상정일 수 있다. 그러나 도를 넘는 것이 문제다.

당연히 정부가 칼을 뽑아 들었다. 또다시 센 처방이 내려졌고 건설업계는 된서리를 맞게 됐다. 그동안은 불법하도급을 준 업체에 대해서만 5년 내 3회 적발되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는 ‘삼진아웃제’였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하도급사는 물론 원도급사와 하수급사 모두에게 10년간 2회 적발 시 등록을 말소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로 강화한다. 사망사고 발생 시에는 즉시 등록을 말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하도급을 준 업체만 3년 이하 징역형이던 형사처벌 기준도 1년 이상 5년 이하 하한형으로 대폭 강화한다. 대상도 하도급을 준 업체 외 발주자, 원도급사, 하수급업체까지 확대한다. 불법하도급 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사망사고 발생 시에는 피해액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도 부과한다. 입찰참가자격 제한도 강화해 앞으로는 최대 2년까지 공공공사 수주 기회를 박탈한다. 이와 함께 발주자나 원도급사가 불법하도급을 적발하면 10%의 위약금을 돌려받는 것과 동시에 계약해지권을 갖게 된다. 또 불법하도급 자진 신고 시 처벌을 면제하는 리니언시(Leniency) 제도도 도입된다. 발주자, 원·하도급사 모두 서로를 감시하는 체제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건설업체들이 스스로 불법하도급의 고리를 끊는 수밖에 없다. 현실적 어려움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고칠 건 고쳐야 한다. 정부 당국도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그렇고, 건설사고가 날 때마다 무조건 처벌만 강화하다가는 종국에는 극약밖에 처방 약이 없다. 그럼 건설업은 누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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