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연합포럼 세미나…“근로시간 감소 탓”

우리나라의 평균 임금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오르고 있지만 근로시간이 줄면서 노동생산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서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연구원은 한국산업연합포럼이 17일 ‘임금, 근로시간, 노동생산성 국제비교와 시사점’을 주제로 진행한 제3회 온라인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주제발표에서 지난해 국내 노동자의 평균 근로 시간은 2011년에 비해 9% 감소한 반면 시간당 평균 임금은 49%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15년과 비교했을 때도 우리나라의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1% 증가해 미국(12.5%), 독일(17.9%), 일본(-1.5%)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평균 근로시간의 경우 우리나라는 2015년에 비해 10.6% 감소한 반면 미국은 1.9%, 독일은 3.6%, 일본은 6.2% 감소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연구원은 “평균 근로시간이 빠르게 줄면서 경쟁국보다 시간당 평균 임금이 급상승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근로자 300인 이상 대기업 중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의 최근 10년간 평균 임금은 50% 상승하며 금융업·서비스업 등 전체 산업 중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나 평균 근로시간은 22.4%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박 연구원은 임금이 대폭 늘어난 것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은 2015년에 비해 지난해 9.8% 상승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25.6%)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2년과 2019년의 주요국의 시간당 임금과 1인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의 상승률 격차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12.6%p), 영국(14.2%p), 프랑스(12.4%p)보다 크고 독일(22.0%p)보다 낮은 14.8%p로 집계됐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이같은 의견과 유사한 입장을 내놨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우리나라의 임금상승률과 생산성 증가율 격차가 독일 다음으로 큰 것에 대해 “국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지속 성장 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월 평균 임금은 3818달러로 영국(3187달러), 프랑스(3815달러)에 비해서도 높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급속도로 임금이 상승했지만, 근로시간은 단축되고 생산성 증가는 더디게 나타나면서 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4차 산업혁명과 탄소중립 등 산업 전환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간 활용과 임금 등의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상승은 선진 경제로 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에 부합하는 산업 구조의 고도화와 생산성 향상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를 넘는 임금 상승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훼손했다”며 “노조의 협상력이 큰 대기업의 경우 임금 상승 속도를 늦추는 것은 어려우며 결국 해답은 노동생산성 향상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와 기업이 산업 현장에 최신 설비와 장비를 구축하고, 근로자에게 첨단 기술을 교육하는 등 노·사·정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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