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안한 방역 상황으로 경기 회복 속도가 감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백신 개발이 완료돼 미국 FDA의 긴급승인이 이뤄지고 미국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접종이 시작되던 당시의 세상을 보는 관점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반격’이라는 어느 기사의 제목처럼 곧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세계 경제 전체가 ‘V’자형 반등을 할 것이라는 희망에 들떠 있었다. 우리나라도 수출을 중심으로 여전히 경제의 회복 가능성은 유효하다.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백신도 부족한 상황이 불안하기에 경제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뒤섞여 있지만, 확실한 것은 경기 바닥은 2020년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질 것이고 언젠가는 코로나 위기로부터 탈출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한 이후 한국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희망적이지 않다. 바로 잠재성장률로 대변되는 성장잠재력의 상실 때문이다.

경기 사이클과 잠재성장률은 다르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경제가 버블을 만들지 않는 건전한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는 평균적인 경제성장 수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단위의 평균적인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보면 된다. 잠재성장률이라는 중장기 추세를 기준으로 실제 경제성장률이 아래위로 흔들리면서 단기적인 경기 사이클을 만들어 낸다. 매년 경제성장률은 직전 해의 성장률이 높으면 아래로 가는 힘(잠재성장률로의 회귀력)이 강하고, 직전 해의 성장률이 낮으면 다음 해의 성장률은 위로 향하는 힘이 강하다. 따라서 2021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4%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는 정부의 자랑은 자랑이 아니다. 당연히 2020년 경제성장률이 역성장(-0.9%)이었으니 크게 반등하는 것이 자연적인 섭리이다. 현재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2%대 중반이기에 2020년의 침체를 감안할 경우 2021년 경제성장률이 최소 5%대 중반 이상이 나와야 잠재성장률 수준에 복귀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그 목표점인 잠재성장률 자체가 이번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의 경험상 큰 경제위기 직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계단식으로 추락하는 경향을 가진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 이전 5~6%대에서 위기 이후인 2001~2005년 4%대 중반으로 급락했고,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현재 2%대 초반에 위치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10년 이내에 1%대로 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특히 OECD(2018)의 자료에 따르면 2050~2060년 선진국들의 잠재성장률이 2% 내외를 유지하는 반면, 한국은 1% 내외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에 따른 노동력의 절대 부족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결과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60만명을 정점으로 감소를 지속해 2038년에 3000만명 선이 붕괴되고 2062년에는 20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람을 못 구해 공장을 못 돌리고 가계 운영이 안 되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은 무작정 돈을 풀어 경기 반등을 도모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는 시점에서 저성장이 바로 시작되는 우울한 미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가 만들어져야 하고 노동의 부족을 자본 축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성장 구조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둘째, 더 근본적으로는 주력 산업의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세대교체가 되는 새로운 산업은 노동집약적이지 않고 대신 기술 혁신과 창의성이 산업과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되는 생태계를 가져야 한다. 최근 정부의 한국판 뉴딜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셋째, 인적 자본의 고도화를 도모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 투입의 저하는 성장잠재력 훼손의 주된 원인이 된다. 따라서 노동의 질을 높여서 양적 감소를 상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 노동력을 경제 활동에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 즉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코로나19와 확진자 수 그리고 백신에 신경을 빼앗기고 있지만, 그 다음을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미리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 해도 더 큰 어려움이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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