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얻은 질병이 주요 사망 원인이 아니더라도 이 질병이 사망 원인이 된 다른 질병에 영향을 미쳤다면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탄광 근로자 A씨의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례비용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78부터 1991년까지 광업소 직원으로 탄광에서 분진작업 등을 했다.

이후 2015년 11월 병원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A씨는 전립선 적출 수술을 받으려 했으나, 이듬해 진단받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수술을 받지 못하고 항암 호르몬·방사선 치료만을 받았다.

그는 치료를 받던 중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확진 받았고, 3차례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2017년 9월 사망했다.

A씨의 유족은 “A씨가 폐 질환으로 전립선암에 대해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 치료로 백혈병이 발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백혈병과 중증의 폐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패혈증이 발생,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사망과 폐 질환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도 A씨의 폐 질환에 대해서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바 있다.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은 폐 기능 불량으로 당초 예정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부득이 방사선 치료로 선회했다고 봐야 한다”며 “이로 인해 급성 골수성백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더라도, 이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기존의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하거나 기존 질병의 경과를 급속히 악화하는 경우도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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