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31일 기준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162억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8억 달러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약 9% 감소했다. 이대로면 300억 달러 수주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국 건설업체들의 ‘해외 도전’은 2010년대 이후 가시밭길을 걸었다. 특히 2015년 이후 성적표는 처참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 사이를 오가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역대 최고 수주’를 기록했던 2010년 716억 달러와 비교하면 수주액은 절반 이하다.

상황이 이렇게 흐른 데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텃밭인 중동 지역에서의 부진 탓이 컸다. 중동 지역 수주는 현재 43억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동기 81억 달러에 비하면 약 50% 감소한 것이다. 아시아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주를 기록 중이고, 북미·유럽 등에서 수주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뼈아프다.

현재 중동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건설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Record)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2017년 중동 지역에서 112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났다. 대신 중국이 매출액 164억 달러로 1위에 올라섰다. 2012년만 해도 한국 기업 매출액이 267억 달러로 중국(93억 달러)의 3배에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 업계에서는 천지개벽이나 마찬가지다.

건설업계에선 이미 일반시공 분야에서 ‘낮은 가격’을 무기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을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파다하다. A건설사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도 낮지만 기술력도 많이 좋아졌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의 해외 수주를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지원이 약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른 데엔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 우선 유가 하락으로 중동 지역 건설 발주량이 줄어든 데다 2013년 한국 건설사들이 플랜트 및 해외 사업에서 부실 실적을 내면서 체질 개선 시기를 놓쳤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주요 건설사들은 2013년에만 해외사업 부실로 1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안기도 했다.

일각에선 우리 건설사들이 2010년대 중반 이후 호황을 누린 국내 주택 시장에만 집중하느라 수주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건설에 정통한 국내 전문가는 “한국 건설사에서 해외 수주를 담당하던 인재풀이 많이 좁아졌다”며 “외국 발주처에서 국내 기업에 연락하려고 해도 직원들이 모두 ‘물갈이’돼 아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로 작용한다. 어쩌면 지금이 단순 시공 위주인 한국 해외건설 사업을 민관협력형(PPP)으로 바꾸는 타이밍일 수 있다. 해외 PPP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국책은행, 시중은행, 연기금 등이 참여해 금융과 건설이 연계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그러나 미국 등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려면 해외건설 사업구조 변화는 필수다.

마침 글로벌 경제환경도 바뀌는 모습이다. 아직 코로나19 여파가 끝나진 않았지만 중동에서도 숨통이 트일 기미다. 실제 사우디의 아람코 투자 규모는 2019년 330억 달러에서 작년 270억 달러로 줄었으나 올해는 350억 달러로 전년보다 3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중동의 모래사막에서 기적을 일구던 DNA를 다시 깨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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