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패소 원심 확정

업무 중 사망 시 산업재해를 인정받으려면 근로자가 업무와 재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A씨의 아들인 B씨는 2014년 대동맥의 안쪽이 찢어져 발생한 심장병으로 숨졌다. 당시 B씨는 10분여간 5㎏ 무게의 박스 80개를 한 번에 2개씩 화물차에 싣는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씨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으나 공단은 사망 원인과 업무 간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1심은 “B씨는 휴무 없이 근무했고 소형 안테나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업무를 해 정신적 긴장이 요구됐다”며 “대동맥류 파열이 발생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의하면 B씨에게는 기저 질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고 그런 상태에서 과로가 위험 인자로 작용했을 수 있다”며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발병에 가까울수록 업무가 줄어드는 상황이었고 업무강도 및 책임 정도 등에 비춰볼 때 과중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위험요인인 흡연과 음주를 발병 시까지 계속하고 있었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업무와 산업재해 간의 인과관계 증명 책임이 근로자에게만 있는지였다.

전합은 근로자에게 입증 책임이 있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우선 전합은 2007년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1항이 입증 책임을 공단에도 부과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지 심리했다.

해당 법 조항은 근로계약에 따라 일을 하거나 사용자의 과실, 근무 중 화학물질 등에 노출된 경우 사고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업무와 재해 간 인과관계가 없으면 예외로 뒀다.

이를 두고 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으려면, 근로자와 반대로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전합은 해당 법 조항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사유를 정리한 것일 뿐, 공단도 인과관계를 입증할 책임이 있는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법 목적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법에 담고자 한 것이며, 인정을 요구하는 측에서 입증책임을 지는 게 보험급여의 본질적인 기능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다만 김재형·박정화·김선수·이흥구 대법관은 업무와 재해 간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은 공단이 입증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에는 의학 전문지식의 부족이나 역학조사가 어려워 근로자가 인과관계를 직접 밝히기 힘들다는 점도 이유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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