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법률이야기’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입찰절차에서 낙찰자로 선정된 자가 뒤늦게 입찰서상 입찰금액을 잘못 기재한 것을 발견하고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경우, 부정당업자로서 입찰 참가자격에 제한을 받게 될까요?

각종 법령에서 입찰절차의 기준으로 준용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9호 나목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아니하거나 방해하는 등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에 대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정하고 있고,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은 이에 해당하는 경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상 입찰금액을 잘못 기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경우는 국가계약법령의 문언만 놓고 보면 형식적으로는 부정당업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문제됩니다.

사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법원은 그간 대체로 위와 같이 입찰금액을 착오로 기재해 계약을 거절한 경우까지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입찰금액을 60,780,000원으로 기재한다는 것이 착오로 6,078,000원으로 잘못 기재하고 즉시 입찰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피고(조달청장)는 입찰을 무효로 선언함이 마땅하므로 원고가 공사계약체결에 불응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원고를 부정당업자로서 6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정지한 피고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해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대법원 1983. 12. 27. 선고 81누366 판결).

최근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최저가낙찰제로 실시한 활성탄 구매입찰에 응찰한 4개 업체 중 3개 업체가 입찰금액을 각 72,174,000원, 207,108,000원, 120,813,000원으로 기재한 반면, A회사는 1,215원으로 기재했고, 이에 따라 가장 낮은 금액으로 입찰금액을 기재한 A회사가 낙찰자로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A회사가 착오로 입찰금액을 잘못 기재했다면서 낙찰을 포기하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자 한국수력원자력은 낙찰자로 선정됐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회사에 대해 3개월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법원은, 입찰에서 정한 활성탄의 품질, 수량(156,900L), 계약기간, A회사 외의 다른 3개 업체가 기재한 입찰금액, A회사가 낙찰 직후 곧바로 낙찰포기의사를 밝힌 점 등을 감안하면 A회사가 입찰금액을 1,215원으로 기재한 것은 명백한 착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A회사가 ‘단가계약’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언급된 입찰 공고문의 표현, 계약조건 때문에 위 입찰을 단가입찰로 착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토대로, A회사가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총액으로 기재해야 할 입찰금액을 단가로 기재했다가 착오사실을 깨닫고 곧바로 낙찰을 포기하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A회사에 대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말씀드린 2건은 모두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 제9호 나목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 사례입니다. 만약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다면 결국은 착오로 기재한 데에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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